(현장+)블록체인의 미래? "기본소득 실험하고 계약방식 혁신"

'디파인 컨퍼런스' 개막…글로벌 리더들, 블록체인 기술 변화상 논의

입력 : 2019-09-30 오후 5:31:3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우리의 경제 활동과 정치 환경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까.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19'의 메인 행사격인 '디파인(D.FINE)'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다양한 사회 영역에 미칠 영향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실과 가상(The Real and The Virtual)'을 주제로 진행된 올해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 리더들은 데이터 주권을 통한 기본소득 실험, 스마트 컨트랙트가 가져올 계약방식의 혁신 등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상을 미리 내다봤다.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디파인 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가 직면한 정치·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평가 받지만, 언제든 조작될 수 있는 형태로 거대 IT 기업들이 통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블록체인을 통해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에서 개인에게로 데이터 주권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데이터를 통제하고 이들 기업이 데이터를 구매하면, 데이터는 향후 기본소득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 개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앤드류 양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나 일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이 이같은 기본소득 실험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로 꼽았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디파인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거버넌스 공간이 제공될 수도 있다. 작게는 마을공동체 운영부터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거버넌스를 실현할 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지구온난화 문제는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전 지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부재했다"며 "블록체인이 이런 거버넌스 공간을 기술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통합하는 기술로 향후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비롯해, 카카오의 클레이튼과 네이버의 라인링크 등이 블록체인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대중을 블록체인 공간으로 유입하는 거대한 게이트웨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닉 자보 프란시스코 마로킨대학 명예교수는 국경을 초월해 모든 형태의 사회적 계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자보 교수는 지난 1994년 블록체인의 핵심 기술인 스마트 컨트랙트를 제안하고 비트코인의 기원으로 불리는 비트골드(Bitgold)를 고안했다. 그는 "모든 사회적 계약은 신뢰와 보안을 통해 이뤄진다"며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서 계약 당사자들이 제3자의 중재를 거치지 않고 안전하게 계약이 이뤄질 수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복잡한 계약조건을 설정하는 일이 용이하고, 실제 계약이 이뤄진 후 이행되는 과정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계약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 '디파이(De-Fi)'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는 유용한 도구다. 자보 교수는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적용해 기존 금융 서비스들이 확장될 수 있다"며 "특히 스마트 컨트랙트로 인해 여러 체인 간의 토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아토믹스왑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 전망에 대해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갤러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비트코인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가치를 저장하는 '디지털 골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노보그라츠 대표는 "2017~2018년을 거치며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하는 경험을 했지만, 중요한 건 시장도 점차 똑똑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백트를 비롯해 피델리티와 골드만삭스 등 전통 금융업계에서 크립토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주목할 만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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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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