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 서지명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 삼성생명의 공모주 청약이 사상 최대 규모로 마감되면서 대규모 환불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상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40.60대 1로, 청약증거금만 19조8444억원이 몰렸다.
청약증거금 기준으론 지난 1999년 KT&G 공모 당시 11조5746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관건은 18조원에 이르는 환불금(증거금 환불일은 7일)의 향배.
이번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계기로 그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일대 전환점이 될지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일단 증시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낮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에 몰린 자금의 성격으로 볼 때, 일반 주식시장에 몰리는 자금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를 내놓고 있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시중의 많은 자금이 몰렸지만 환불금이 빠져나온다고 해서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돈은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주 투자는 주식투자와는 성격이 다른 부분이고, 시장의 수급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으로 개인들은 시장에서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자금의 상당부분이 삼성생명 공모만을 위해 새로 계좌를 만들고 입금한 돈이기 때문에 증시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며 "증시에 잔류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광혁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공모에 몰린 자금은 일반 주식자금과 다른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일반 공모와 달리 삼성생명이라는 기업을 보고 들어온 자금으로 위험도 자체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환불금이 다른 주식으로 흩어진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며 다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향후 투자자들이 되찾아갈 대규모 환불금이 다시 증시로 유입될 지는 미지수"라며 "MMF(머니마켓펀드)나 예금 등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증시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 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증시 전문가 일각에선 대규모 환불금은 이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던 자금인 만큼, 삼성생명 공모를 계기로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일부 오로지 청약을 위해 들어온 돈도 있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몰린 자금도 있다"며 "어차피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던 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어 저평가된 우량주 주식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 팀장은 "자금의 성격이 안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자금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