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현대상선이 오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선단(90여척) 중 최대 80%에 스크러버(배기가스 세정장치) 장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0일 스크러버가 장착된 현대상선 1만1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 블레싱(HMM Blessing)'호에 올라 스크러버 설치 현황을 살펴봤다.
스크러버는 선박내 연료, 보일러, 발전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등을 모아 해수로 씻어내는 방식이다. 해수를 많이 뿌릴 수록 황함량은 더욱 낮아진다. 선사들이 스크러버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존의 선박 연료 고유황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스크러버를 달지 않을 경우 황함량이 낮은 대체 연료 저유황유로 연료를 전환해야 하는데, 이때 연료 비용 부담이 확대된다.
현대상선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에 장착된 오픈형 스크러버. 사진/뉴스토마토
선박 운영비에서 유류비는 15~30% 가량 차지한다. 해운 전문 분석 매체 '쉽앤벙커(shipandbunker)'에 따르면 고유황유 종류인 IFO380의 가격은 이달 11일 기준 378.5달러, 초저유황유(VLSFO)는 54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정유업계가 당초 생산하던 고유황유만큼 저유황유를 생산해 본 경험이 없고 증설을 위한 설비 투자에도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저유황유 가격이 2배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가 커질 수록 스크러버 초기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은 더욱 짧아지게 된다.
반면 스크러버 사용으로 우려되는 점도 있다. 블레싱호에 장착된 오픈형(Open-loop) 스크러버는 현재 중국, 미국, 독일 등 일부 항만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오픈형 스크러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수로 오염물질을 씻어 낸 후 다시 바다로 배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아직 바다로 배출된 세정수가 해양환경에 문제가 되는지 검증된 바 없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는 관할 지역내 배가 들어온 경우 스크러버가 아닌 저유황유를 사용토록 규제한 상태다.
이유동 블레싱호 기관장은 "IMO의 규제에 따라 해수로 배기가스를 씻는다"며 "또 바다로 내보내기 전, 세정수의 황함량을 분석해 배출하면 관계없음에도 중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비용을 들여 스크러버를 설치하고도 저유황유 비용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부담 확대를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오픈형 스크러버를 금지하고 있는 항만당국은 극히 일부분이고 금지 구역을 벗어나면 스크러버를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블레싱호는 항만에 접안하면 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육상으로부터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육상전원공급장치(AMP) 설치도 마쳤다. 육상에서 끌고온 전기로 선박의 냉동·냉장 컨테이너, 난방 등에 활용하고 연료유 사용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방지하고 있다.
현대상선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에 장착된 오픈형 스크러버. 사진/뉴스토마토
뿐만 아니라 현대상성은 오픈형 스크러버 금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0년 2분기 인도받을 예정인 2만3000TEU급 메가 컨테이너선 12척에는 하이브리드(Hybrid)형 스크러버를 장착한다. 하이브리드형은 세정수를 바다로 배출하는 오픈형과 세정수를 선박내 보관한 뒤 항만에 접안해 육상에서 처리하는 폐쇄형(Closed-loop)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주명 현대상선 중국 본부장은 "연안에 들어가 사용하는 저유황유의 양은 많지 않고 선박을 접안하고 나면 육상과 전원을 연결해 전기로 돌리기 때문에 저유황유 사용량은 더욱 줄어든다"며 "연료 비용 부담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