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엄태섭 오킴스 파트너 변호사 "인보사 재발 대책, 집단소송제로 막을 수 있어"

"불특정 다수의 집단 피해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해"
인보사·엘러간 환자 집단소송 담당…"피해자들 민사소송 다툴 여지 있는지도 몰라"

입력 : 2019-10-15 오후 3:12:21
올해는 유독 대형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제품 이슈에 환자 및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다. 연초 주 성분 세포변경 사태로 국내 바이오업계 굵직한 악재가 된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비롯해 최근 발암 가능성을 동반한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엘러간의 유방 보형물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정상적인 품목으로 알고 사용하거나 처방받았다 차후 문제가 생기는 경우 환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있는 의약품을 사용했다는 불안감 속에 전문지식 없이 피해 입증을 위해 대기업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보사와 엘러간 등 불특정 다수 의료피해 환자의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엄태섭 오킴스 파트너 변호사는 향후 앞선 사례와 같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에도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던 엄 변호사를 통해 관련 소송의 진행 사항과 전망, 집단소송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 엘러간과 소비자 간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수임에 있어 특별히 전략적 무게를 둔 것인지
 
전략적이었다기보다는 법무법인 내 헬스케어팀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다만 지난해 말, 올해 초 KT 아현동 화재 보상과 관련된 집단소송 당시 불특정 다수가 기업이나 큰 기관들로부터 피해를 받았을 때 대응이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다. 개별적인 손해는 다양하지만 피해자 하나하나가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루만 단말기가 먹통이 돼도 최소 수백만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당시 사건만 해도 배상계획은 한달치 요금 감면이었다. 이런 건 대기업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소상공인연합회에 관련 자문을 하기도 하고 소송을 준비한 것을 시작으로 투명치과 사건(진료비 선납 이후 치료 미이행, 최근 전액 반환 판결)과 인보사, 엘러간 등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사건 수임으로 이어졌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파트너 변호사. 사진/오킴스
 
인보사 사태의 경우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지만 대형 제약사를 상대로 한 소비자 민사소송의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맞다, 어렵다. 다수의 원고들을 모집한다는 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위임부터 착수금, 계약금 수령 등 행정소요가 굉장히 크다. 기업형 로펌들처럼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된 건 아니니 오롯이 인력만으로 수작업을 한다는 게 힘든 일이다. 집단소송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국내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법무법인에서 전화응대로 일일이 대응해야 하니 응대만 몇 주간 지속됐다.
 
지난 3월 식약처의 인보사 판매 및 유통 중지 발표가 있고 나서 기존 투약 환자 한 두분 정도가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다. 거액의 투약 비용에도 불구, 투약할 때 들었던 설명이라든가 그 이후에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점도 동일했다. 환자 모집이 본격화 되면서 수가 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연들 접하게 되는 식으로 환자단이 커졌다.
 
공통점은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있다. 안정성 관련해서는 본인들도 전혀 몰랐던 세포가 들어가 안심할 수 없고, 유효성 측면에서도 환자 대부분이 어떤 효과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부종이나 물 차오름, 통증, 쑤심, 결림 등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통증 완화 효과조차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 케이스도 존재했다.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환자들과 대화를 통해 손해배상소송에 이르게 됐다.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인보사 소송 관련 기간과 승소 근거는
 
소송 대상인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 모두 대형 로펌을 통해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축한 상태다. 상대가 어떤 대응 논리로 방어에 나설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서면제출기간 등 의도적인 지연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때문에 1심만 해도 최소 1년 반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이후 항소 기간까지 감안하면 그 이상 소요된다고 본다.
 
민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의 또는 과실, 손해, 인과관계 세 가지 요소다. 주요성분이 뒤바뀐 게 고의냐 과실이냐를 떠나 몰랐다는 부분만으로 과실 입증이 가능하고 손해 역시 실제 구현된 피해를 떠나 환자 입장에서 일종의 이물질이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손해다. 신장세포라는 게 전 세계적으로 사람의 몸에 쓰여지지 않았던 것인데다 어떻게 발현될지 모르는 향후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계속해서 검사를 받는 모든 행위들이 환자 입장에선 손해다. 여기에 부작용과 또다른 진료에 들어간 비용, 정신적 손해 등 고통이 크다고 본다.
 
국감 증언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국내에서 인보사를 판매 시도조차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대놓고 한 거짓말이라고 본다. 국내 판매 의도가 없다면 허가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 코오롱은 가처분 신청 이후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력하게 반발하며 다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허가를 유지하기 위한 다툼이고 이는 곧 판매와 연결된다. 미국 임상 역시 FDA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애초에 설계했던 연골세포 성분으로 다시 연구하겠다는 게 아니라 바뀐 자체로 판매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엄태섭 변호사(오른쪽)가 인보사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사진/뉴시스
 
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된다면 인보사나 엘러간 사태 등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결국은 집단소송제도가 필요하다. 현재 민사소송법상 선정당사자 제도가 있긴 하지만 집단분쟁을 해결하긴 어렵다. 미국의 경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일 때 그들의 대표자 혹은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가 같은 피해를 입을 피해자에게 미치는 제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는 해당하지 않아 모든 피해자들이 원고로 참여하지 않으면 미참여자는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인보사의 경우 3000명 이상의 투약 환자 중 900명 정도만 소송에 참여했는데 이들이 승소한다 해도 나머지 환자들이 보상을 받기위해선 또다른 소송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낭비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그나마 인보사 사태처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 아닌 경우엔 피해자들 대다수가 민사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국내에 도입돼야 유사한 사례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내 역시 집단소송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떠오르며 지난 18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번번이 계류되면서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의료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환자들이 주의하거나 유념해야 하는 부분을 전문가로서 조언하자면
 
집단소송과는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개별적으로 병원으로부터 치료나 처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 기록해야 한다. 본인이 참여한 부분은 녹취가 불법이 아닌 만큼 가능하다면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의료기관 설명에서 전혀 듣지 못한 부분에서 수술이나 시술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원치 않은 결과를 얻게 되면 해당 부분을 문제삼을 수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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