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자 정치권의 시선이 사법개혁 법안으로 옮겨갔다. 비교적 이견이 적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달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처리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최대 화두는 '검찰개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법안과 수사권 조정법안의 국회 처리를 통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다. 그간 '조국 블랙홀'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고리로 한 '민생 정당'을 강조하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은 더 강력하고 확실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며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법 개정 없이 가능한 추가적인 개혁과제 또한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검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의 우선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文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 참석,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야 이견은 극심하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는 장기집권 사령부"라며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의 공수처 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검찰이 밉다는 이유로 검찰의 권한을 공수처에도 똑같이 부여하고 대통령이 공수처장부터 수사관까지 모조리 임명하도록 하는 여당의 안은 검찰개혁이 아니라 1980년대 청와대 직속 공안검찰을 부활시키는 검찰개악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법안은 민주당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안과 바른당 권은희 의원 발의안 2개다.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 백 의원 안은 인사청문회를 거칠 것만 요구하고 있으나, 권 의원 안은 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공수처 검사 선임에 있어서도 백 의원 안은 인사위 추천을 거쳐 공수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지만, 권 의원 안은 인사위 추천을 받아 처장이 임명토록 해 대통령을 배제했다. 기소권의 경우 백 의원 안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준 것과 달리 권 의원 안은 일반 국민 중 위촉한 '기소심의위원회'(7~9명) 의결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케 했다.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상정시기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관련 선거제도 개혁 법안 선처리라는 당초 합의를 뒤집고 검찰개혁 법안 '29일 본회의 상정'을 통한 선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불법 상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패스트트랙 충돌' 재연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검찰개혁 법안 중 검·경수사권 조정은 한국당도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합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16일 '2+2+2' 회의체를 통해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