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회에서 수 년째 잠을 자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중소상공인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중소상공인유통법개정총연대(이하 총연대)는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상인 공생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정책토론회'에 앞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투쟁결의문을 낭독했다. 총연대는 "유통대기업의 끝없는 탐욕에 대해 진입규제, 의무휴업, 상권영향평가 등의 규제가 생겨났지만 여전히 유통대기업들은 규제의 빈틈을 노리고 복합쇼핑몰, 가맹점 형태의 전문PB 상품매장이라는 신종업태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제 살 깎아먹기'식의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유통물류 장악으로 전체 시장은 이미 독과점화 양상이 됐다"고도 꼬집었다. 중소 제조업은 대기업의 하청 기지가 됐고, 고용을 담당했던 도·소매업은 폐업으로 퇴출되거나 대기업의 유통 물류로 편입돼 갔다는 설명이다.
전국중소상공인유통법개정총연대는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는 투쟁결의문을 낭독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에 총연대는 국회의 적극적 움직임을 촉구했다. 총연대는 "민생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올해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유통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미 30개가 넘게 발의가 돼 있지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는 설명이다.
임원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 겸 중소기업중앙회 유통산업위원회 공동위원장도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상황"이라며 "대·중소상인의 공생을 목표로 국회가 치열하게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독립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동참했다"며 "이제는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유통법 개정을 위해 나서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 공생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이 국회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에 동조하고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고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를 한다 해도 기간 자체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자리에서 특별히 약속을 드릴 수는 없지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병국 인천대 교수의 주제 발표와 이정희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유 교수는 "유통산업발전법에는 규제목적, 규제기준, 규제주체 등 복잡하고 다양한 시각이 상존하지만 지역공공성과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지역별 유통공급 총량 등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입지규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홍천표 서울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이승훈 한국소상공인정책포럼 대표, 원종문 남서울대학교 교수, 정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등이 참여한 토론에서 정 연구위원은 '대중소 유통업 균형발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유통산업 진흥정책과 대중소 유통 균형 발전정책을 분리해 규제법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관하고 유통산업발전법은 진흥법으로의 성격만 남겨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하자는 의견이다. 반면 양 변호사는 "현재 중소상인 지원은 중기부 소관인 반면 유통업분야 중소상인 보호는 산업부 소관으로 이원화 돼 있다"며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