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하고자 기존 청년수당 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월세지원제도를 도입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 50여명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청년수당 확대 및 청년월세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연간 7000명에게 월 3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수당을 대폭 늘린다. 내년부터 4배 이상 늘어난 3만명 이상으로 지원대상을 늘려 3년간 총 10만명에게 지원한다. 10만명은 서울시가 추산한 잠재적 사업대상자 전원으로 청년수당이 필요한 모든 구직·취업 준비 청년들이 한 번은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수요 가능한 모든 청년들이 대상자로 포함됨에 따라 기본소득과도 유사한 개념을 갖는다. 19~34세 서울인구 중 취업자, 군입대자, 기청년수당 참여자, 상위 25%, 졸업 후 2년 이내를 제외하면 청년수당을 통해 구직활동을 하면서 시간과 기회를 벌 수 있다. 박 시장도 “보편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성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들의 구직비용은 한 달에 약 50만 원으로, 시는 이 비용을 청년수당으로 보전해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시간과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당사자인 청년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2016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청년수당은 포퓰리즘이나 퍼주기 논란 등을 딛고 청년들의 구직활동 지원과 커뮤니티 형성, 공공 신뢰 회복 등의 효과를 입증했다.
이날 청년수당 참여자 자격으로 참여한 조기현씨는 “오랜 아버지 병수발로 힘든 시기에 청년수당 덕분에 여유가 생겨 하고싶었던 책 집필을 마쳤다”고 증언했다. 제수민씨는 “청년수당이 현물지원이라고만 알려져 있는데 저는 오히려 커뮤니티 활동으로 같은 처지의 청년들을 알게 됐고 감정적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청년정책센터장은 “청년수당이 단기적인 취창업률을 넘는 효과가 상당하다”며 “청년들에게 ‘정부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해준 사업으로,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당 수준을 유지하며 한국사회 건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참여자 3151명 추적조사 결과, 47.1%가 취업, 창업, 창작활동 등을 통해 ‘자기 일을 찾았다’고 응답했다. 또, 83.0%가 ‘구직목표 달성에 매우 도움이 됐다’ 88.7%가 ‘다른 정책보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58.4%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다’, 60.5%는 이웃 신뢰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해 사회 신뢰도가 회복되는데 기여했다.
청년수당의 효과와 성과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중앙정부도 올해부터 서울시 청년수당을 벤치마킹한 청년구직활동지원 사업을 새롭게 시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계획 중이다.
마찬가지로 당사자인 청년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청년월세지원은 독립생활 출발선에 선 청년 1인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의 주거안전망이다. 19~39세 청년 1인가구(중위소득 120% 이하)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0개월 간 지원한다. 내년에는 5000명을 지원할 계획으로 2021년부터는 2만명 규모로 확대한다. 서울에 사는 청년 1인가구는 58만 가구(2018년 통계청 기준)로 이 중 63.7%는 월세로 살고 있다. 서울 청년 월평균 월세는 49만2000원으로 29세 이하 청년 평균 월급이 200만원 수준에 못 미치는 것에 비춰 상당한 부담이다. 이는 곧 청년들간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주거문제가 가장 큰 청년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시는 자산과 소득, 학력, 직업의 대물림으로 인한 청년 불평등 문제를 논의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한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를 가동한다. 청년 당사자부터 청소년, 중장년, 노년까지 모든 세대와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올 12월부터 격월로 포럼, 토론회, 세미나 등을 진행해 공정채용, 청년정치, 기본소득 같은 청년 불평등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논의한다. 서울시는 내년 청년수당(1008억원)과 청년주거비지원(104억원) 예산으로 총 1112억 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노력에 따라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라며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응원이고 작은 격려고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로, 미래를 담당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 안 할 수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들에게 청년수당 확대 및 월세지원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