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 이제 그만)①'얼굴없는 살인자' 실명제로 막자 vs 포털 정화기능에 맡겨야

입력 : 2019-10-24 오후 5: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이지은 기자] 사이버 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댓글부터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악성 댓글(악플)은 익명성 뒤에 숨은 얼굴없는 살인자라고까지 불린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치인·기업인·연예인 등 공인들은 대표적인 악플의 피해자들이다. 공인에게는 일반인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비판을 넘어 도를 넘은 비난과 인신공격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지 오래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악플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공인부터 일반인까지…'익명성' 뒤에 숨어 무차별 인신공격
 
최근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악플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설리는 지난 14일 성남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가 방송에 나오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마다 원색적인 악플이 이어졌다.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악플로 인한 괴로움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7년에는 아이돌그룹 샤이니 출신 종현이 악플로 인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일반인을 향한 공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김포 어린이집 여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천·김포 지역 맘 카페에 '한 아이가 교사에게 안기려는데 교사는 돗자리 터는 데만 신경을 쓰고 아이를 밀쳤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해당 카페에 교사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고 교사의 실명과 사진도 게시됐다. 해당 교사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이처럼 악플 인신공격이 계속되는 것은 익명성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상대방을 비난해도 자신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지난 2007년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됐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주민등록번호 노출에 따른 개인 인권 침해 등 문제점이 제기됐다. 결국 2012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만장일치로 인터넷실명제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폐지됐다. 인신공격으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처벌도 가볍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행법은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낼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명제·아이디와 IP 공개' 법안 발의…"법으로는 한계"
 
악플을 근절하자는 데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악플 인신공격이 이미 도를 넘어선 만큼 법으로 강제하자는 것과 법제화보다 플랫폼 사업자나 네티즌들이 자발적인 정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악플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은 이미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 2017년12월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본인확인제 주체 대상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를 추가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경우 그 게시판 이용자의 댓글에 대해서만 본인확인조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자유롭게 익명 댓글로 의사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 사례가 이어졌으니 자신을 밝히고 댓글을 달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이른바 '인터넷준실명제'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댓글에 자신의 아이디 전체와 인터넷주소(IP)를 공개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댓글 작성 시 책임감을 높여 인신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부정행위를 개선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목적이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현재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인 사이버 명예훼손의 처벌 수위를 각각 5년과 5000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악플 근절을 위해 법제화보다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정화 기능을 더 강화하고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등 자발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능한 한 법제화하지 않고 포털들이 하고 있는 자체 심의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으로 강제할 경우 정당한 비판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 교수는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상습적으로 곳곳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구분해 활동을 막는 등 심의 및 제재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계도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과거보다 매체가 다양한 시대에 법으로 강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작 활발해야 하는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개진이 위축되고 자기검열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준·이지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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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