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가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방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의원들의 잇따른 기득권 내려놓기가 의원정수 확대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조'를 복원할 해법으로 의원정수 확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이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늘어난 비례대표 숫자 만큼 의원정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 논의가 있을 때마다 따가운 국민적 비판을 받아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최근 의원정수 확대 논란을 상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하는 국회 법안'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통해 의원정수 확대의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내 국회혁신특별위원회를 통해 '일하는 국회' 입법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고, 정의당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국회개혁 5대 과제'를 발표하며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대책을 내놨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연간 국회 회의의 10% 이상을 결석한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출석 일수에 따라 출석정지나 제명 처분도 가능하다. 김병욱 의원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임위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법안 발의했다. 법안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박주민 의원은 윤리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윤리위에 '국민배심원단'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 외에 의원에 대한 징계사유가 발생할 경우 윤리위 개최를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한 기간 내에 윤리위를 열지 않으면 해당 징계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다. 또한 국회 파행시 세비를 삭감하는 벌칙을 적용하는 법안도 검토중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31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개혁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심 대표는 △의원 세비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 △의원 보좌진 수 5명으로 감축(현 9명) △셀프 세비 인상·외유성 출장·제식구 감싸기 금지 3법 처리 △이해충돌 방지 조항 도입을 통한 공직자윤리법 강화 △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제안하며 여야 5당이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에서 공식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의원정수를 늘리는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특권 폐지 논의가 선행될 지는 미지수다. 19대 국회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쇄신' 요구에 특권 내려놓기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결국 자동폐기 절차를 밟았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우선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전제로 의원정수를 10% 범위 내에서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내년 예산부터 국회의원 연봉에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회계연도 결산 및 법률안들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