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대한민국)승자독식 적대적 공생…지역대결 언제까지

87년 체제 한계 '영호남 지역주의'…"정치양극화 깰 선거제 개편 시급"

입력 : 2025-04-18 오후 5:58:32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내란 종식의 완성을 위해선 개헌과 함께 현행 선거제 개편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1987년 체제의 한계 중 하나는 '1노 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구도에서 시작된 지역주의의 고착화입니다. 1988년 총선 이후 37년째 영호남의 지역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한계 때문인데요. 그 결과 영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은 끊임없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양당은 지역 패권과 특정 이념 등으로 편 가르기를 통해 기득권을 사수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분열의 지역대결 정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선거구제 개편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거대 양당 득표율 격차 5%p…의석수 차이는 '71석'
 
18일 국회 입법조사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민주당 1475만8083표(50.5%), 국민의힘 1317만9769표(45.1%)로 득표율 차이는 5.4% 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161석을 확보한 데 비해 국민의힘은 90석에 그쳐 71석의 의석수 격차가 났습니다.
 
의석수 비율로 환산하면 민주당 63.4%, 국민의힘 35.4%였는데요. 득표율 격차는 5.4%포인트에 그쳤지만, 의석수 비율은 28.0%포인트까지 벌어진 겁니다. 이런 결과의 배경에는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가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양당 외 소수정당이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입법조사처에선 소선거구제의 영향으로 지역구 선거 경쟁률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22대 총선에서 254명을 선출하는 지역구선거에 693명이 입후보하여 경쟁률은 '2.73 대 1'을 기록했는데, 이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제13대 총선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입니다. 입법조사처는 "양당 간 경쟁구도로 굳어짐에 따라 제21대 총선에 비해 입후보자가 400여명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개헌 논의와 더불어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망국적 지역구도 타파'를 정치적 숙원으로 여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구제 개편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집권 당시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제안도 했는데요. 노무현정부에선 선거구제 개편뿐만 아니라 독일식 비례대표제 등 정치 양극화를 깨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천하람(왼쪽부터) 개혁신당 원내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선거구제·독일식비례제 '대안'…장단점 뚜렷해 의견 분분
 
정치권에선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 소수정당에도 기회를 보장하고 양당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명 이상의 후보를 당선자로 뽑는 제도입니다. 승자 독식이 아닌 방식으로 소선거구제에 비하면 사표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주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어느 지역은 중선거구로 의원 2명을 뽑고 어느 지역은 대선거구로 의원을 3~4명을 뽑게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정치권 인산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구제 획정 자체가 어려워서 시행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당내 계파 정치를 조장할 가능성이 큰데요.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 지역구 2~5개를 합쳐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선거구의 면적이 넓어집니다. 따라서 선거 운동기간 중에 유권자를 접촉하기도 쉽지 않고, 인지도 높은 중진 정치인과 조직을 동원하고 유지할 역량이 되는 금권 정치인에게 유리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1인 2투표를 해 지역구 당선자와 전국구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한국의 현 제도와 닮았습니다. 다만 차이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총 국회의원 의석수가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우선 지역구 당선자들은 모두 국회의원이 되고 지역구 당선자 비율이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면 나머지 의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집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현재 한국 선거체제와 유사하고 민의를 정확히 의석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하지만 여론이 관건입니다. 국민들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국회의원 수 증원이 선행돼야 해 이 부분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국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의견은 분분합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 당시 지역구 득표율과 의석수 불균형의 폐해에 대해 "소선거구제 때문"이라며 "이제 중대선거구제를 해야 된다. 그러면 군소정당들도 들어갈 수 있고, 정치적 양극화도 상대적으로 좀 덜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현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채 교수는 "대통령제에 짝이 맞는 제도를 설계하려면 당연히 양당제가 맞는 것"이라며 "양당제를 하려면 소선거구제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소수 다수대표제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을 추구한다"며 "300석 범위 내에서 1 대 1 정도로 소수 다수대표제랑 비례대표제를 균형을 맞추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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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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