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3·4세' 항목에서 1위를 유지했다. 3·4세 총수에 관한 첫 조사가 이뤄진 지난해 6월부터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업체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도 마다하지 않은 '강한 리더십'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일 발표된 '3분기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 따르면 구 회장은 3·4세 경영인 항목에서 22.59% 지지를 얻어 1위를 유지했다. 구 회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LG는 소송전을 마다하지 않은 '강한 LG'로 변모했다. LG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9에서 자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의 품질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데 이어 QLED TV는 사실상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 TV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특허기술 관련 SK이노베이션을 형사 고소하고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3·4세 상위 5위.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90%로 2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6월부터 2위에 머물고 있는 이 부회장은 4월 조사부터 구 회장과 격차가 5.8(4월)→4.1(5월)→3.1(8월)→1.7(11월)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에 만족했다. 뒤를 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3.30%로 3위를 차지했다. 2분기 영업이익 1조2377억원으로 7분기 만에 영업익 1조원대 벽을 뚫었던 정 부회장은 이번 3분기 영업이익이 3분의1 토막이 난 상황이다. 세타2엔진 관련 품질관리 비용 등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위기 관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뒤이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순으로 2분기(8월)와 상위 5위 결과가 같았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2분기(8위)보다 두 계단 오른 6위에 자리했다. 과감한 추진력으로 출범한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산업용 로봇 등 신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5월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고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 조양호 전 한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으며 최대주주가 된 조원태 한진 회장은 2.28%로 여전히 최하위인 12위에 머물렀다. 2분기(2.22%)보다는 다소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해 6월부터 단 한 차례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을 이어갔다. '갑질'로 논란을 낳은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2.66%로 11위, 조현준 효성 회장은 2.96%로 10위에 머물렀다. 두 회장 모두 지난번과 순위는 같았으나 신뢰도는 더 추락했다. 이해욱 회장은 총수일가 회사에 부당하게 수수료를 지급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검찰에 고발됐고 조 회장은 회삿돈 400억원을 변호사비로 쓴 혐의 등 2013년부터 각종 형사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 회장이 지난 6월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