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취업 준비생들이여,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말라.

입력 : 2019-11-12 오전 9:04:25
작년이었던가. 세계의 사람들에게 명문으로 알려진 미국의 하버드대학, 그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가 무엇이었는가’하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무척이나 관심 있게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그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이 나온 것은 ‘글쓰기’ 강의였다. 학창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글쓰기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즉, 논리적인 글이든 감성적인 글이든 제대로 된 글은 글쓴이를 진솔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상대를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얘기도 아니고, 명문대학 출신자만으로 제한된 것도 아니다. 모든 나라,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단풍잎도 은행잎도 제각각의 아름다운 빛깔로 깊어가는 가을을 향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이 계절은 자신의 빛깔을 찾기 위해 글을 읽기도 하고, 또한 무언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이맘때면 취업을 위한 제반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글쓰기와 관련하여 만약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고민이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하는 답변이 많을지도 모른다. 기업체는 자사를 지원하는 개인의 자기소개서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았는지, 그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 해결 능력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된다. 무엇보다 개인의 경험이 회사에 기여할 수 방안이 무엇인지에 방점을 두고 꼼꼼하게 살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심사과정에서 누구나 다 아는 틀에 박힌 듯한 서술이나 문장은 기업체가 싫어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은 글쓰기와 관련하여 주의 깊게 새겨야 할 사항이다.  
 
자기소개서도 품격이 있는 것이다. 좋은 글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실천할 것을 권하고 싶다. 먼저,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부터 파악하라. 인재상을 먼저 읽어내라는 뜻이다. 더불어, 그 회사의 가치관에 어울리는 자신의 경험을 접목하거나 목표를 세워 실천했던 도전정신 같은 것을 서술하는 능력을 발휘하라. 때에 따라서는 이런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에세이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 평소에 좋은 글을 읽어두고, 만약 그런 글을 읽는 과정에서 감동을 받았다면, 한, 두 번쯤 그 글의 일부나 전체를 필사(筆寫)를 해보는 것도 좋다. 직접 손으로 써보면서 행간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을 체득해보라는 것이다. 그런 훈련과 습관이 생긴다면 분명 자신의 글과 사고도 좀 더 성숙해진다.  
 
좋은 글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고 평가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글쓰기와 관련하여 내 놓은 공통된 의견이다. 비단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이른바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들도 어쩌다 한 번씩 발표하는 자신의 글에 엄청난 공을 들여 쓰는 것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글이 갖는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평소 독서나 작문의 습관이 없으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일에 난색을 표하기 마련이다.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은 안중근 의사가 문화의 민족인 우리나라가 부강해지는 방법을 제시한 유언처럼 들린다. 취업 준비생들이여. 지금, 당장 독서를 즐겨라. 점점 더 퇴보하고 있는 독서율은 우리나라의 미래,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불안 요소다. 독서 과정에서 감명 깊게 읽고, 또 보고 싶은 책이나 명문장이 있었다면 자신의 옆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라. 책 속의 문장이 가슴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 문장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글을 써 보라. 토론도 즐겨라. 책의 힘, 글의 힘, 사고의 힘이 여러분의 감성과 논리를 살찌우게 할 것이다.
 
지금은 수확의 계절. 봄에 뿌린 씨앗이 가을에 영글어져 우리의 식량이 되듯이, 자신의 계획에도 자신의 일상에도 글쓰기를 넣고 실천하다 보면, 글쓰기도 뿌린 만큼 거두어 우리들 마음의 식량이 될 수 있다는 신비한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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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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