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2029년, 이동의 미래

박용준 공동체팀장

입력 : 2019-11-18 오전 6:00:00
2029년 11월15일 오전 10시 이동미 씨는 급하게 아프리카 출장이 잡힌다. 겨우겨우 비행기 티켓을 구한 이 씨는 스마트폰으로 인천공항까지 이동할 경로를 찾는다. 이 씨는 방향치이지만 더이상 길을 헤메거나 돌아갈 이유는 없다. 스마트폰은 현 위치와 목적지만으로 가장 최적의 이동경로를 알려줬고, 계산도 한 번에 해결했다.
 
이 씨는 스마트폰이 알려준 대로 30m 거리에 있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가까운 강남역 8번출구 근처에 빌딩 옥상에 있는 스카이포트로 이동했다. 그를 태운 유인드론은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8분만에 도착했다. 25만원 가량하는 유인드론 가격이 다소 부담될 순 있지만, 교통지옥이라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가장 빠른 택시를 타도 1시간30분에서 2시간은 걸릴 거리를 10분도 안 걸린다니 바쁜 출장일정을 생각하면 기꺼이 지불하고도 남았다.
 
이 얘기는 단순한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미국 우버는 항공택시인 우버 에어를 LA와 댈러스, 멜버른에서 2023년 상용화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중국 드론업체 이항도 2023년 광저우에서 서비스할 계획으로 지난 4월 오스트리아에서 시범비행에 성공했다. 2017년 두바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시범비행에 성공한 독일의 볼로콥터는 2021년 상업비행을 목표로 두바이·싱가포르를 저울질하고 있다.
 
굳이 2021년이나 2023년이 아닌 2029년이란 10년 후를 얘기한 이유는 기술 문제나 법률·제도 문제로 개발업체의 설명만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데에는 의문점이 남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개발한 유인드론은 자율비행과 수직이착륙기술과 전기동력 등을 활용해 최대시속 150km의 속도로 날 수 있다. 다만 하늘을 날다보니 최대 비행시간이 현재 30여분에 그치고 충전도 2시간 이상 걸린다. 배터리 외에도 악천후 비행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비상상황대처능력과 같은 안전문제나 항공네비게이션 수준을 해결해야 한다.
 
법률·제도적 문제는 국내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도심항공운송체(UAM) 운영을 위한 국제항공인증은 물론 항공안전법을 비롯한 유인드론의 비행을 제어할 법망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무인드론도 대부분 제도 밖에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안전성 기술기준 및 드론을 이용한 승객 운송을 허가하는 사업법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항공 트래픽 관리, 비행계획 승인, 항로 이탈 대비 등을 위한 도심 내 공역 설정작업과 항공교통관리체계 등의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당장 ICT와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접 유인드론을 타보고 “관사에서 시청까지 유인드론으로 출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닥터헬기와 같은 응급환자나 구호현장에 필요 시에도 유인드론은 충분히 쓰일 수 있다. 우버 측도 우버 에어가 뜰 세계 네 번째 도시로 서울시를 거론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인드론의 비행은 단순히 항공택시 하나의 출현만을 뜻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우버, 국내에선 서울시가 이미 MASS를 추진하듯이 가까운 미래엔 교통수단이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ICT를 활용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소위 퍼스트마일·라스트마일이라고 하는 자전거나 킥보드부터 지하철·버스·택시 등의 기존 대중교통까지 모든 이동수단을 각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최적의 경로로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제약받는 이동으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를 얻게 되는 셈이다. 물리적 거리,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훨씬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상상력을 펼 수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가 현실화되면 더이상 강남과의 물리적 접근성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친화지역을 기준으로 다시 도시를 재편할 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핑크빛 미래만을 꿈꿀 수 없다. 고가의 항공택시는 취약계층의 소외를 불러올 수 있다. 이동의 자유가 누구에겐 주어지고, 누구에겐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큰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다. 당장은 응급이나 구호현장을 시작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급선무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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