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프리미엄 커피를 내세웠던 업체들이 하락세를 걷는 반면, 저가형 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에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커피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 매장. 사진/뉴시스
2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저가형 콘셉트를 내세운 카페 업체들이 점포수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점포 개점이 많은 카페를 집계한 결과 △이디야커피(298개) △메가엠지씨커피(218개) △커피에반하다(164개) △투썸플레이스(158개) △커피베이(148개) △감성커피(121개) △요거프레소(85개) △청년다방(84개) △컴포즈커피(74개) △더리터(69개) 등의 순이었다.
사실상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한 이들 업체는 모두 합리적인 가격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이디야커피, 커피베이 등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3200원이며, 나머지 업체들은 1500~2500원대 가격으로 책정됐다.
특히 900원 가격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내세운 업체들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커피온리, 메머드익스프레스 등은 기존 가격 기준선을 파괴하고 900원대 커피를 선보였다. 커피온리와 매머드익스프레스는 각각 지난해 61개, 25개의 신규 점포를 오픈했다. 이 업체들은 생두 수입 및 로스팅 등의 과정에서 유통 마진을 줄이고, 무인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인건비를 낮추는 등 제품가격을 낮춰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빽다방 직원 모습. 사진/더본코리아
매출 측면에선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저가형 콘셉트 카페 '빽다방'이 약진하고 있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커피 전문점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한 금액을 조사한 결과, '빽다방' 매출이 14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커피 업체 중 상위 6번째로 높은 매출이자,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준이다. 스타벅스(27%) 다음으로 가장 높은 매출 성장 폭을 보였다.
반면 기존 프리미엄 카페 콘셉트를 지향한 업체들은 점포수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가맹점수가 554개로 전년에 비해 93개 줄었다. 이외에도 '카페베네'는 지난해 가맹점수는 354개로 전년 대비 약 170여개가 감소했다. 탐앤탐스커피도 지난해 가맹 매장이 전년에 비해 26개 감소한 306개로 축소됐다.
업계에선 이같이 저가형 콘셉트의 커피 업체들이 성장하는 이유로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데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소구력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아울러 커피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음용량 및 구매 빈도가 높아진 것도 저가형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저가형 제품은 가격 대비 양도 많고, 최근에는 시즌 음료 등 다양한 메뉴가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라며 "특히 젊은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점이 선호도를 높이는 배경 "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에 GS25에서 판매하는 카페25 커피. 사진/GS리테일
한편 편의점에서 저가형 콘셉트의 커피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점도 기존 프리미엄 카페 수요를 분산시키는 요소다. 편의점 GS25 '카페25', CU '커피겟', 세븐일레븐 '세븐카페' 등에선 커피머신을 통해 1000~2000원대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2015년 말부터 원두커피가 편의점 고객의 점포 방문을 점차 확대하는 핵심 전략 상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 수는 이미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