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은 됐는데…경색된 남북 관계에 ‘난감’

북한, 금강산 관광 철거·해안포 사격 지도 잇단 도발...인천시 "상황 예의주시"

입력 : 2019-11-26 오후 2:21:12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인천시가 중앙 정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 승인을 받았지만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인천시는 이번 대북지원사업자 승인으로 원료 의약품 전달사업 등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당분간은 남북 상황을 주시할 전망이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1일 인천시와 경기도에 대해 대북지원사업자 자격을 부여했다. 이로써 인천시는 그동안 민간단체 위탁으로 진행해왔던 대북사업을 직접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탄력성 있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화 분위기를 보였던 남북 관계가 최근 들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남북 접경 지역인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지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방부는 이를 9·19 군사 합의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북한에 있는 남측 시설의 일방적인 철거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25~26일 부산시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거부하면서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천시도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는 민선 7기 첫 번째 남북 교류 협력 사업으로 북한 5세 미만 아동과 산모 등에게 지원할 인도적 차원의 원료 의약품 기증 사업을 추진해온 바 있다. 이 역시 지난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보건 의료 분야 지원 합의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었다.
 
인천시는 원료 의약품 기증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지자체 차원에서 감염성 질환 치료를 위한 항균제 등 원료 의약품 16종을 중국에서 구입해 북한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내년도 관련 예산도 이미 책정이 끝난 상황이다. 인천시는 남북 교류 협력 기금 중 인도적 지원 분야로 5억원, 사회 문화 교류 분야로 5억원, 경제 협력 분야로 2억원 정도를 투입해 남북 교류 협력 사업에 힘을 쏟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일단 인천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가 있지만 외부 요인에 따라 언제든지 개선될 여지가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남북 분위기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진행해왔던 대북 지원 사업이 아예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통일부 대북 지원 사업자에 지정됐다고 해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일단은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미 정상 간 대화 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선 남측을 향해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 미국에 입김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북한이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의도로 보이고, 앞으로 남북 관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최근 일련의 행동은)남측 정부가 해 놓은 것이 없으니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최후 통첩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인천시가 지난 6월 인천통일플러스센터에서 남북교류지원협회와 공동으로 '남북교역 경협 교육'을 개최했다. 사진/인천시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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