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앵커]
홍콩 범민주 진영이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6개월째 접어든 홍콩 시위가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전면적인 시위진압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홍콩 현지를 다녀온 취재기자와 함께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와 향후 시위정국 브리핑해드리겠습니다. 정치부 최병호 기자 나왔습니다.
홍콩 구의원선거, 민주파가 과반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이게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기자]
홍콩에는 세 개의 선거가 있습니다. 행정부 수장인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 우리나라의 국회와 같은 입법의회 선거, 그리고 이번 구의원선거입니다. 홍콩은 중국의 행정특별구이기 때문에 구의원선거는 곧 우리나라의 지방선거와 같습니다. 그런데 행정장관 선거와 입법의회 선거는 간접선거고, 구의원선거는 직접선거입니다. 올해 내내 민주화에 대한 홍콩시민들의 열망이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구의원선거에서 민주파가 과반수를 차지한 건 홍콩민주화가 일부 청년층의 목소리가 아니라 홍콩 전체의 요구라는는 걸 입증하는 결과입니다.
[앵커]
민주파가 압승을 거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홍콩의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높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 외에 홍콩시위가 장기화 되면 홍콩이 가진 경제적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는데요. 이런 분위기도 투표에 영향을 줬을까요?
[기자]
홍콩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홍콩시위의 장기화가 사회 각 분야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허브, 물류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홍콩을 마음대로 탄압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홍콩의 경제에 부작용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건제파에선 홍콩시위의 과격성으로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선거에서 민주파가 대승을 한 것을 보면 홍콩시민들은 홍콩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시위대가 아니라 공산당이라고 생각한 걸로 보입니다.
[앵커]
앞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 홍콩 행정부도 압박을 받겠네요.
[기자]
지금 홍콩시민들과 민주파 인사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이 점입니다. 홍콩문제 해결의 열쇠는 결국 시진핑 주석이 쥐고 있는데요. 시 주석은 홍콩에 대한 강경진압 기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시 주석이 홍콩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구의회를 장악한 친중파 의원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의회가 민주파 손에 넘어갔고 캐리 람 장관 탄핵요구가 높아지면서 시 주석도 홍콩의 진로에 대해 결단할 때가 왔습니다.
시민들은 홍콩 문제 해결을 위해 ‘5대 요구’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범죄인 인도법 철회를 비롯해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 행정장관 직선제인데요. 이것까지는 아니어도 시 주석이 홍콩시민들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홍콩에 출마 후보자들도 만났는 데요. 누가 당선됐고 눈여겨볼 사람은 누구인가요?
[기자]
가장 주목할 사람은 바로 지미 샴입니다. 지미 샴은 홍콩시위를 이끄는 단체인 민간인권진선, 이른바 민진의 리더입니다. 그는 지난달 16일 저녁 홍콩에서 괴한들에게 머리를 가격 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요. 중산층이 많고 그래서 친중성향을 띠는 ‘렉웬’이라는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이곳은 지미 샴이 태어난 곳도 아니고 친중성향이 강한 곳에서 민주파로 지지를 받겠다면서 우리식으로는 ‘험지출마’를 한 겁니다. 지미 샴은 홍콩시위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당선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지미 샴은 당선 소감에서 “내가 이긴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청년층에게 표를 던진 것”이라면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홍콩의 승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주목할 인물이 한명 더 있지요?
[기자]
오스만 쳉 당선자도 주목할 수 있습니다. 오스만 쳉은 2014년 우산혁명이 일어났을 때 경찰에 폭행을 당했으나 오히려 이것을 세상에 알린 인물입니다. 앞의 지미 샴과 오스만 쳉의 사례에서 보듯 홍콩 젊은이들은 우산혁명 이후 꾸준히 홍콩 민주화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고 공산당의 폭정을 공론화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구의원선거에서 역사적인 압승을 거두며 홍콩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내년에 총선을 합니다. 홍콩의 직접선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기자]
세 가지가 가장 주목됐습니다. 첫째는 투표 시간인데요. 한국은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 동안 투표를 합니다. 그런데 홍콩은 오전 7시30분부터 저녁 10시30분까지 15시간을 투표시간으로 배정했습니다.
또 한국에선 투표일 당일 자정까지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요. 홍콩은 투표일에도 후보들이 투표장 근처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홍콩에선 후보자가 투표소 밖 일정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콩에선 공약보다 인물과 진영이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즉 후보자 민주파냐 건제파냐, 새 인물이냐 오래된 정치인이냐 하는 게 더 중요한 변수라는 말입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