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 8일만에 병원에 입원하면서 한국당 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기류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황 대표를 대신해 동조 단식에 나서며 극한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강경해진 태도에 여야의 패스트트랙 논의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황 대표 단식의 그 뜻을 우리당이 잘 이어가야 될 것"이라며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황 대표의 단식을 잇는 강력한 정치투쟁과 함께 우리가 꼭 이뤄야 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공수처를 저지하는 실질적인 투쟁을 함께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더 강경한 투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황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까지 한 마당에 여당과 절충안 협상을 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은 이날도 패스트트랙에 올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철회 만을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모든 단계가 불법이어서 모든 것을 걷어내야 한다"며 여당이 원천 철회하지 않는 이상 협상이 어렵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도 이날 단식에 돌입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두 최고위원이 목숨을 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며 "우리당을 대표하는 단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도 뜻을 같이하는 차원에서 지켜주고 격려하는 지원을 계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협상론'이 완전히 수그러들지는 않은 상황이다. 강석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고리로 선거법도 협상을 통해 해결이 잘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일단 황 대표의 쾌유를 빌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수용을 전제로 한 유연한 협상방침을 부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황 대표가 단식 중이어서 협상의 여지가 없었던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통큰 합의의 길로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혁과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 농성을 시작했다.
한편 선거법 개정안이 전날 본회의 자동 부의된 가운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역구 240석 + 비례대표 60석' 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그동안 '패스트트랙 원안(지역구 225석 + 비례대표 75석) 처리' 주장을 고수해 왔다. 정의당의 입장 완화가 여야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12월17일 이전까지 선거법 개정안 처리 △의원정수 확대 불가 등을 선거법 협상 원칙으로 제시했다.
심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과 당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