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재주소년이 타주는 커피 먹어 봤슈? ‘주파수, 서울’

귀로만 음악 듣는 시대 갔다…팝업 스토어 연 뮤지션들

입력 : 2019-11-28 오후 4:27:1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여행가면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여러분은요?”
 
과거 유리공장을 개조한 약 200평 공간에 나긋한 음성이 향기처럼 퍼졌다. 천장에 흐드러진 샹들리에가 따스한 노란 빛을 발열했다. 계단으로 이어진 1, 2층 공간은 흡사 근대 건축물. 어림잡아 50~60여명 관객들이 이 곳에 모여 쫑긋 귀를 열었다. 에세이 작가들의 흔한 북토크라 치부한 얄팍한 예상은, 다음 말을 듣고 무너졌다.
 
“3집 작업을 스페인에서 했어요. 근데 쓴 곡이 ‘서울살이는’. 굳이 큰 돈 쓰지 말고 광화문에서 쓸 걸 그랬나봐요. 하하. 내가 왜 그랬을까.”
 
연남장 앞에서 '주파수, 서울'의 오프라인형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 늘어선 행렬.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자기 반성’을 읊조리는 뮤지션 오지은의 농담에 여기저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난달 25일 5시 반 경, 서울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에서 관객 대면으로 진행된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음악과 여행 이야기를 섞어 팬들과 소통하는 이 프로그램은 같은 날 연희동 인근에서 열린 ‘주파수, 서울’ 행사 일환이었다.
 
‘주파수, 서울’은 앱 기반형 라디오 ‘랏도의 밴드뮤직’을 오프라인 버전으로 옮겨온 행사. 2016년 본격 시작된 랏도의 밴드뮤직은 김사월, 권나무 9와 숫자들 등 인디신의 주목 받는 뮤지션들과 다양한 현장 음악 이야기를 제공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주파수, 서울’은 온라인 기반으로만 이뤄지던 채널의 소통 범위를 실제 공간으로 옮기는 실험을 했다.
 
칵테일을 팔고 마시멜로를 굽는 '슈퍼밴드' 출연한 과학교사 뮤지션 안성진(왼쪽).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같은 날 1시간 반 전, 인근 연희예술극장에서는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밴드 눈뜨고코베인이 무대위를 뛰어다니던 순간, 실험실 가운을 입은 이가 눈에 띄었다. 음악프로그램 ‘슈퍼밴드’에 출연했던 ‘과학교사 뮤지션’ 안성진. 커다란 테이블을 펼쳐놓고 그는 칵테일 농도를 조율 중이었다. 
 
바로 옆에는 재주소년과 그가 운영하는 애프터눈레코드 소속 뮤지션들이 볶음밥과 커피를 팔고 있었다. 캠핑을 콘셉트로 편안한 텐트와 의자를 설치하고 공연 보러 온 관객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제공했다.
 
뮤지션 정우(왼쪽)와 지인들이 할로윈 콘셉트로 일일 바(Bar)를 차린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연희예술극장 인근 연희문화살롱 2층에서 만난 뮤지션 정우는 친구들과 함께 할로윈 콘셉트로 바를 차렸다. 타로점, 사주팔자를 봐주는 애리, 곽푸른하늘 스토어의 의자들은 모두 만석이었다. 공연과 일일 장사식 팝업 스토어를 섞은 행사는, 단순한 음악 이상의 체험이었다.
 
여전히 잔디밭 페스티벌에 서서 수십 시간 혹사 당하기만 하는지. 역설적이게도 음악은 더 이상 귀로만 듣는 시대가 아니다. 보고, 만지고, 경험하는 오감만족과 결합하는 시대다. 
 
‘눈뜨고코베인에 머리 흔들다 재주소년이 타주는 커피 한 잔 해봤슈? 안 해봤음 말을 말아요.’
 
※이 기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19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서울라이브' 공연 평가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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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