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본회의 상정 법안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기습 신청으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된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들은 1일 각자 국회 기자회견을 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이 199개 민생·경제법안 전체를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은 것은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국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기획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영화 속 집단인질극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민식이법' 등을 인질로 삼고 있다면서 "한국당의 행태는 여론을 살피며 한 명씩 인질을 석방하는 집단 인질범의 수법과 다를 바 없다. 대대적인 법질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엊그제는 한국당으로 인해 국회의 공존 정치가,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한 날이 됐다"며 "민생을 볼모로 삼아 국회를 봉쇄하고자 나선 상대와 협상 합의를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버스터 취소는 당연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향까지 인정해야 (한국당과)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의 합법적인 권한이라면서 "정말 민식이법, 민생법안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왜 (한국당의) 요구를 외면하고 본회의를 거부하나"며 "필리버스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아예 국회 자체를 봉쇄한, 사상 초유의 폭거이자 정치적 테러"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은 애당초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그날(11월29일) 본회의가 열렸다면 민식이법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저항수단을 보장받기 위해 부득이 전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면서 "199개 전부 무제한으로 며칠씩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필리버스터 권한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당은 19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실제로는 핵심쟁점 5개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에 대한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검찰개혁안과 형사소송제도 개혁을 얘기한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러한 양당의 대립 속에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2일 본회의를 여야 원내대표 간 처리에 합의한 민생개혁법안 등을 우선 처리하자"며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했다. 핵심인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1주일간 마지막 끝장 협상을 통해 여야 간 합의점을 찾아보자"라고 말했다.
다만 오 원내대표는 '이런 제안을 양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로서는 방법이 없다"며 "국회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겠냐"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