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CT 규제 샌드박스 마무리…갈등조정 '과제'로 남아

새로운 서비스 신청 113건 중 95건 처리됐지만…기존 산업 반발도 이어져

입력 : 2019-12-02 오후 4:35:32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가 신규 서비스 발굴이라는 성과와 함께 기존 산업 영역과의 갈등 조정이라는 과제도 남겼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ICT 규제 샌드박스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최근 열린 7차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의 규제나 모호한 법령과 관계없이 새로운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 규제로 새로운 서비스가 불가능한 경우는 실증특례,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근거 법령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신속한 사업화를 위해 임시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7차에 걸쳐 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지정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ICT를 적용한 아이디어들이 실제 서비스로 탄생했다.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처리된 과제는 총 113건의 접수 중 95건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임시허가 18건, 실증특례 22건, 신속처리 55건 등이다. 임시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서비스들 중 모빌리티·공유경제·5세대(5G) 통신 관련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실증특례를 부여받은 코나투스의 '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는 ICT와 기존 택시를 결합해 목적지가 유사한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택시를 탈 수 있도록 했다. 티머니·리라소프트·SK텔레콤이 각각 신청한 '택시 앱 미터기' 서비스는 임시허가를 부여받았다. 택시 앱 미터기에 GPS(위성항법장치) 등 ICT를 적용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동하고 미터기의 유지관리비를 절감하자는 취지다. 이밖에 주방을 함께 쓰는 공유주방과 통신사의 무인기지국의 전원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등이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들이다보니 이와 관련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7차 심의위에서 실증특례를 부여받은 위홈의 '서울지하철 역 중심 공유숙박 서비스'는 숙박업계의 반발을 샀다. 현재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가능한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도 공유숙박이 가능하게 되자 기존 숙박업소들이 반대에 나선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중재를 통해 4000명에 한정해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하는 등 각종 조건을 부과했다.
 
지난 3월 실증특례를 부여받은 조인스오토의 '모바일 기반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는 기존 폐차장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조인스오토의 서비스는 차주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면 폐차업체들이 견적을 제시하며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차주는 견적들을 비교해 폐차업체를 선택한다. 기존 폐차업체들은 자동차해체재활용업에 등록하지 않은 자는 폐차 수집과 알선이 금지됐다고 반대에 나섰다. 협회가 반대하자 조인스오토의 서비스에 가입했던 폐차 업체들도 줄줄이 서비스에서 탈퇴했다. 
 
스타트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는 우선 새로운 사업을 시범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새로운 서비스를 반대하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과 만나 더 많은 논의를 거치면 서로의 의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방편인 만큼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자 해결 과제로 남은 셈이다.
 
ICT 규제 샌드박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각 심의위 전에 열리는 사전검토위원회를 통해 갈등이 예상되는 기존 산업 종사자와 관련 부처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CT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가 출현하면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계속 만나며 의견을 좁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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