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들이 주인 없는 휴면주식 '실기주 과실'을 서민금융재원으로 본격 활용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부산·경남지역 최대 규모인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후 한국예탁결제원·서민금융진흥원 간 실기주 과실 협약식에 참석했다. 실기주는 투자자가 증권회사로부터 실물주권을 찾아간 후 주주명부 폐쇄기준일까지 본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아 주주명부에 예탁결제원이 주주로 기재돼 있는 주식을 의미한다. 실기주 과실은 실기주에서 발생한 배당금, 배당주식 등의 과실로 소위 주인 없는 휴면주식을 뜻한다. 주로 예탁결제원이 수령해 보관·관리한다.
실기주 과실은 최근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로 이달부터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출연돼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간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예금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돼 서민금융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지만, 이와 비슷한 성격인 실기주과실의 경우 법적 근거가 부재해 사용될 수 없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로 예탁결제원이 10년 이상 보관하고 있는 실기주 과실 168억원을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했다.
손 부위원장은 "증권 분야에서 최초로 휴면성 금융재산이 출연된 것으로 매우 의미가 깊다"면서 "출연된 휴면금융재산의 주인을 찾아주려는 노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출시 예정인 휴면예금 모바일앱 개발과 어카운트인포 연계 등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제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의 휴면예금 출연제도에 대한 정책방향도 고객재산보호 관점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 부위원장은 이날 예탁결제원이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설립한 부산증권박물관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부산증권박물관은 국내외 증권 실물 콘텐츠를 전시해 초기 자본시장 역사와 우리 자본시장 발전사를 증권을 통해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손 부위원장은 "부산이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됐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1단계 사업과 2단계 사업 등으로 금융중심지 조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부산이 진정한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적 자본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부산 증권박물관 개관은 금융중심지 토대를 다지는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왼쪽),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예탁결제원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