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펭하! 여기 대빵 누구예요?"

입력 : 2019-12-06 오전 6:00:00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2019 올해의 인물’을 조사했다. 요리전문가 백종원, 축구선수 손흥민, CEO 이재용과 더불어 펭수가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펭수를 아시는가?
 
펭수의 인기와 화제성은 현재 시점에서 단연 주목할 만 한 일이다. 펭수의 말과 행동, 그리고 펭수에게 환호하는 이들을 통해 사회흐름의 한 맥락을 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BS 연습생인 펭수를 흔히들 ‘직통령’이라 부른다. ‘직통령’이란 직장인의 대통령의 줄임말이다. 뽀로로가 초통령이라 불렸던 것과 다른 상황이다. 짐작하건대 여기서 직장인이란 모든 연령대의 직장인을 일컫는 게 아니다. 40대 중에서도 펭수에 환호를 보내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지만 ‘직통령’을 말할 때 직장인은 20~30대를 뜻한다.
 
이를 반영하는 사례가 있다. 최근 예약판매 중인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3시간 만에 1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1분당 56권이 팔린 셈이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올 길이 없는 출판시장 현실과 비교해 본다면 실로 놀라운 판매 부수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주된 구매자층은 평균 연령 32세인 20~30대 여성인 것으로 전해진다.
 
왜 20, 30대는 펭수의 팬이 되고 구독자가 되는가. 
 
펭수의 꿈은 우주대스타로, 현재 그는 EBS 연습생 신분이다. 뽀로로나 BTS를 보며 꿈을 키웠고 남극에서 헤엄쳐 와 EBS 연습생 신분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펭수의 도전에는 아빠의 배경이나 엄마의 스펙 쌓기가 없다. 펭수는 꿈을 향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쉽게 말해 펭수는 '흙수저'란 얘기다. 그리고 그런 펭수의 고군분투를 젊은 세대가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펭수의 매력 중 하나는 유머를 잃지 않는 촌철살인의 화법이다. 펭수는 선배의 충고에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소속사(EBS) 사장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김명중’이라고 외치며 큰소리를 내면서도 “사장님이 편해야 회사가 편하다”라며 적절한 선을 그을 줄 안다. 직장인이라면 부르기 어려운 ‘사장’을 힘들 때마다 호출하는 펭수의 당당함에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화해했어요. 그래도 보기 싫은 건 똑같습니다.”, “다 잘할 순 없다.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거고, 그걸 더 잘하면 된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 
 
펭수의 말은 곧 젊은 세대가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다. 젊은 세대는 펭수의 배경 없음과 무모할 정도의 도전 정신, 그리고 솔직함과 자신감에 매료되었다. 
 
펭수가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것도 아니다. 펭수는 적절하게 욕심도 드러내고 이직을 꿈꾸기도 하고 대빵을 찾기도 한다.(외교부 앞에서 마주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여기 '대빵'이 누구냐고 묻는다.) 매우 인간적인 펭귄이다.
 
지난 4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애·결혼, 자녀·가족, 사회·행복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가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그 결과를 보도한 연합뉴스 제목은 <20대 청년 74% "우리 사회 불공정...노력해도 성공 못 해“>이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도 47.3%, 아이를 낳고 싶지 않거나 낳지 않겠다는 대답은 56.9%였다. 20, 30대는 가까운 장래에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세대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혼인과 출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펭수에게는 젊은 세대의 바람이 투영되어 있고, 그것이 펭수에 대한 선호로 나타난다. 젊은 세대는 배경이나 스펙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이루길 바란다. 그리고 솔직함을 드러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그런 그들의 바람을,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까? 
 
모쪼록 우리 사회가 펭수 같은 젊은 친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더 많은 펭수가 나오길 기대하며, 오늘도 ‘펭하!’를 외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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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