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지난 5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내년 총선에 추 의원의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 누가 후임으로 나설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진을에서 5선을 달성한 추 후보자가 입각으로 방향을 틀면서 단숨에 21대 총선 최대 관심 지역구로 떠올랐다.
이 지역은 후보 구도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서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될 경우 전직 서울시장과 국무총리 간 '빅매치'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 이낙연 국무총리·오세훈 전 시울시장. 사진/ 뉴시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추 후보자와 경선을 벌였던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상진 건국대 교수가 있지만, 상대가 거물급인 만큼 전략 공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조만간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이 이뤄지면 이 총리가 당으로 돌아와 광진을 지역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총선에서 당의 간판 역할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총리는 총선과 관련,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진을은 추 후보자가 17대 국회를 제외하고 내리 5선을 기록한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꼽히지만, 오 전 시장이 올해 초 당협위원장을 맡아 '이제는 바꾸자'를 구호를 앞세워 지역 표 밭을 다지고 있다. 위원장을 맡았던 2월만 해도 400명이었던 핵심 당원이 현재 3000명까지 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2000년에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전남 함평·영광에서 당선된 후 19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2014년에는 전남도지사에 당선되는 등 정치 인생 대부분을 전남에서 보낸 그는 현 정부 초대 총리에 취임,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인지도가 높다.
특히 총리 취임 후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신속한 현안 대처, 행정 입법 능력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총리가 광진을에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공유 경제가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추 후보자와 오 전 시장이 총선에서 맞붙을 경우 추 후보자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9.3%, 오 전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4.6%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해도 광진을 총선 전망이 여당에 기울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광진구가 성동구에서 분리, 성동이 신흥 부촌 마포·용산 일원이 되는 동안 광진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1996년부터 추 후보자가 5선을 하는 동안, 지역 기반은 다졌지만 동시에 주민들의 피로감을 느낄 공산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 전 시장은 주민들의 '피로도'를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 급식 주민 투표'로 서울 시장 직을 내놓은 이후 공직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한 적이 없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종로구에 출마, 민주당 정세균 의원에게 패한 이후 정치권과도 거리를 뒀다.
그가 이번 총선에서 광진을을 선택해 나선 데에는 한국당이 한번도 서울에서 깃발을 꽂지 못했던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황교안 대표와 맞설 수 있는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 전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거물'을 전략 공천해야 하기 때문에 대권 주자 1위로 꼽히며 국민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이 총리가 선거전에 나서길 바랄 것"이라며 "오 전 시장은 여권 성향이 강한 험지인 광진을에서 이긴다면 정치적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