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국산 맥주 브랜드가 주세법 개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출고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수입맥주 반격도 예사롭지 않다. 수입맥주 브랜드도 국내로 생산 공장을 전환해 세금 인하 효과를 받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맥주가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특색을 가진 제품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다양한 국산 맥주들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세법 개편으로 국산맥주가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자, 수입맥주도 국내로 생산 지역을 옮겨 국산맥주 업체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실제로 오비맥주가 수입·유통하는 수입맥주 '호가든' 캔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주세법 개편 이전에는 해외에서 제조한 뒤 수입하는 게 이득이었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물류비와 세금 등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비맥주는 '호가든' 및 '버드와이저'의 병 제품 일부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더불어 '스텔라 아르투아' 등 다른 제품도 국내 생산 전환을 검토하면서 수입맥주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입맥주 업체도 국내 생산 전환으로 가격 인하에 합류할 경우, 국내 맥주의 출고가 인하 효과는 일정 부분 상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출고가 인하가 소비자가격까지 반영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은 국산맥주가 가격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게 하는 이유다. 한 맥주업계 관계자는 "주류 유통 과정은 법적으로 주류 도매상에서 소매점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라며 "출고가 인하가 중간 유통 과정에서 흡수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주세법 개편으로 소비자가격이 100% 떨어진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주류업계 및 전문가들은 국산맥주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은 기호에 맞게 맛과 품질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되면서 기본적인 세제상의 형평성은 개선이 되겠지만, 이후 품질적인 측면이나 마케팅은 제조사에서 전략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라며 "지금 국내 맥주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판매가 가능한 제품에 한정해 구성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국내 맥주업체 관계자 역시 "지금 소비자들이 국산맥주에 불만을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맛"이라며 "국산 맥주 브랜드는 맵거나 짠 한국 음식이랑 어울리는 레시피를 사용해 청량감을 강조한 맥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을 통해 다양한 향과 맛이 풍부한 현지 맥주를 접하면서 기호가 바뀌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국산 맥주업체들이 안주하지 않고 맛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야 하고, 그 다음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순서"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이번 주세법 개편으로 일반 맥주보다 세금 인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면된 비용을 전환해 소비층을 넓혀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대중성을 갖추거나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투 트랙 방향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게 지향점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일반 맥주보다 세금 감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예전에는 재료를 함부로 쓸 수 없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재료를 강화해서 고급화된 맥주를 만들어 새로운 고객을 확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태까지 수제맥주 브랜드 제품이 140여개 가까이 되지만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8개밖에 안된다"라며 "소매점 쪽 진출을 활발히 하는 업체들은 가격폭을 크게 낮춰서 대중화하는 게 소비자를 늘리는 또다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