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인 이른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 쟁점 사안 때문에 이들 법안을 발목잡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부랴부랴 처리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민식이법의 통과를 지켜보던 김민식군의 부모는 기쁨과 안도, 안타까움의 뒤섞인 울음을 터뜨렸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어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김민식군의 사고 이후 발의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과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우선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민식이법'에 해당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2명 가운데 찬성 239, 반대 0명, 기권 3명으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식이법은 지난 10월 발의됐지만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통과가 미뤄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민식군의 부모는 아이의 영정 사진을 들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지난달 29일 본회의 통과가 예정됐지만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 안건 전체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본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이날 법안이 통과하는 장면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국회를 찾은 김민식군의 부모는 민식이법이 통과하자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민식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솔직히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며 "저희가 이렇게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저희 민식이 이름을 따서 '민식이법'이라고 법안 발의를 했고, 선한 영향력이 돼서 앞으로 다치거나 숨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민식군의 부모는 '민식이법' 통과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김씨는 법안 통과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국회와 의원들을 쫓아다녀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며 "어린이생명안전법 5개 중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만 통과됐는데 해인이법, 유찬이법 등 나머지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꼭 챙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10월 놀이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굴러와 어린이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도 사고 발생 2년이 지난 이날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에는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 고임목 등을 설치해 주차장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야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과 청해부대, 아크부대, 한빛부대, 동명부대 등 해외 파견부대의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 등도 의결했다.
김민식군의 부모가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민식이법이 통과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