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최서윤 기자] 현대중공업이 임금협상 난항, 수주 부진, 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심사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18일 '한국조선해양 및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와 '한국조선해양 및 소속 직원의 조사방해 및 자료 미제출 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와 제재 수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는 조선업계에 만연한 '선시공·후계약' 관행, 납품단가 후려치기, 하도급대금 부당 책정 및 지연 등 업체들이 호소한 ‘갑질’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공정위에서는 대부분 사실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자료 삭제와 PC교체 등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로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드러나 거액의 과징금은 물론 검찰 고발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얼어붙은 발주시장은 녹을 기미가 없다. 해운업계는 올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신조선 발주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주 실적이 부진하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올 10월까지 연간 수주목표 196억1700만달러 중 51.1%만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가량 감소했다. 올해가 15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매년 어김없이 노사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첫 상견례 이후 7개월만에 제시안을 전달했으나 노조가 그 자리에서 반려했다. 기본급 인상을 놓고 입장차가 큰 탓이다. 회사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조는 12만3526원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어 올해 임협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올해를 넘기면 노사는 4년 연속 연내 타결이 무산된다.
현대중공업이 임금협상 난항, 수주 부진, 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5월 2019년 임금협상 첫 상견례 가졌다. 사진/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EU와 지난 4월부터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사전협의를 밟았다. EU 심사는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구분된다. EU는 지난달 13일부터 일반심사에 착수해 17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관련업계는 EU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2단계 심층심사까지 끌고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올 1분기 전세계 수주잔량 8118만1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현대중공업그룹은 1048만CGT로 13%, 대우조선해양은 554만6000CGT로 7%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를 합할 경우 글로벌 점유율은 20%로 늘어나게 된다. 시장 반독점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EU는 심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선종별로 나누거나 선례가 없다면 시장을 나누는 기준을 만들어서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 모두 대형 조선사들인만큼 1단계가 마무리된 다음 2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임금협상 난항, 수주 부진, 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최유라·최서윤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