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전 세계 조선소 일감이 1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운선사들이 불확실성 확대로 선박 투자를 망설이면서 '일감 절벽'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 환경규제가 강제화되면 새로운 선박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7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조선업계 수주잔량이 2952척으로 나타났다. 수주잔량이 3000척 아래로 내려간 것은 15년만에 처음이다. 연초 대비 14% 줄어들었고 호황기였던 2008년 1만12000척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조선 3국 모두 감소세를 보였는데 한국은 나름대로 선전했다. 한국은 연초 대비 6.7% 감소한 440척, 중국과 일본은 각각 16.4%, 24.2% 하락한 1309척, 610척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조선소 일감이 1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2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 놓고 있어야 한다. 지난 2015년 전 세계에서 1700여척의 선박이 만들어졌다. 현재 남은 일감이 3000척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조선소들이 2년치 일감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해운선사들이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SOx) 환경규제를 앞두고 대응방안으로 어떤 기술을 택할지 정하지 못한 탓이다. 해운사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발주를 주저하고 있다. 또 일감이 떨어지면 신조선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해운선사 입장에선 낮은 선가로 높은 성능의 선박을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환경규제를 앞두고 있어 해운선사들이 발주 결정을 내리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면 조선소는 계속 새로운 기술들을 내보이고 있다. 선주들은 늦게 투자할수록 높지 않은 가격에 더 좋은 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는 조선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LNG(액화천연가스) 최대 생산국 카타르가 대형 LNG선 최대 100척을 발주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또 내년 환경규제 강화로 폐선률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전문가는 "해운선사들은 기름값이 높아지면 비로서 환경규제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배를 많이 폐선하면 신조선 발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조선소 일감이 1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내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