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에 대해 검찰이 일부 혐의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공범으로 적시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모관계를 적시한 것만으로 정경심 교수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의 심리로 진행된 조씨의 첫 공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해 정 교수를 공범으로 적시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씨를 먼저 기소하고, 정경심 교수를 수사하게 되면서 적시하지 않은 부분을 현재 관련 재판이 모순되지 않는 선에서 일치하려는 것으로 변경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다만 공범 적시만으로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의 대부분 혐의를 차지하는 횡령, 배임 등은 단독으로 범행한 것이고, 이를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검찰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하는 조씨와의 공모라면 범행 전반에 모의나 계획, 실행, 역할 등이 나와야 하는데 양쪽의 공소장을 보더라도 공범으로 볼 공소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공모관계를 인정할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 변경신청을 재판부가 기각해 검찰과 재판부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코링크PE 관리자 역할을 담당했던 투자자도 정 교수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2월 코링크PE 설립 당시 투자자로 참여해 2017년 4월까지 조씨의 부탁으로 중간관리자를 역임한 현모씨는 지난 10월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조씨는 제가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줬으면 했기 때문에 같이 하자고 했었고,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 했다"며 "그런데 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그 순간까지도 정경심이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코링크PE가 조성한 사모펀드의 출자에 관한 사항 등을 금융위원회에 허위로 보고하고,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후 정 교수의 동생 명의 계좌로 코링크PE의 자금 1억57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코링크PE 직원에게 정 교수와 관련된 서류, 파일 등을 폐기·은닉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 혐의를 정 교수와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이의 없다"고 의견을 내면서도 "기본적으로 증거인멸·은닉교사 자체는 시인하는데, 공모 여부는 재판에서 심리를 통해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허위 컨설팅 계약과 관련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코링크PE가 대여한 자금 5억원에 대해 매달 정액의 이자를 준 것이지, 횡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영장심사를 마친 후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검찰은 정 교수를 1차로 기소한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지난 10일 열린 정 교수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범, 범행 일시, 장소, 방법, 행사 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됐다"며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9월6일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하면서 정 교수가 지난 2012년 9월7일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해 동양대 총장 명의로 기재된 표창장 문안을 만들고, 딸 조모씨의 이름 옆에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정 교수를 추가로 기소한 내용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 동양대 상장 서식 한글 파일로 조씨의 표창 내용을 만든 후 총장 직인 부분의 캡처 이미지를 하단에 붙여 컬러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적시했다.
청년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검찰청 조국 과잉수사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