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연봉·업추비 '셀프 인상'

업무추진비 8배 인상 강행…총선 출마 의지 속 방만경영 도마 위로

입력 : 2019-12-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가 방만경영 논란으로 2017년 사장 등의 연봉을 깎았으나, 이정환 사장이 2018년 취임하면서 본인을 포함해 임직원들의 보수를 다시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장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주금공이 소재한 부산 남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심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상임기관장의 연봉은 2억4392만원으로 나타났다. 주금공 사장 연봉은 2016년 2억6670만원 수준에서 2017년 2억3052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2018년에는 크게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급여보다 많다. 올해 공무원 보수규정의 고정급제 연봉제 적용대상 공무원 연봉표를 보면 수당을 제외한 대통령의 연봉은 2억3091만원이다.
 
주금공 상임감사·이사 등 임원 6명의 보수도 올랐다. 이들의 연봉은 2016년 2억572만원에서 2017년 1억7838만원으로 줄였는데, 2018년에는 1억8872만원 수준으로 늘었다. 현재 주금공 임원은 6명으로, 사장을 포함하면 총 7명이다. 직원들의 평균 보수도 2016년 8453만원에서 2017년 8439만원으로 떨어진 후 2018년에는 8590만원으로 다시 인상했다. 올해 결산이 마무리되면 2019년 연봉은 더 뛰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공공기관 임원보수 지침이 있는데, 2017년 인상하지 못한 것을 2018년 인상분에 합하다보니 연봉이 인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이 사장의 업무추진비도 껑충 뛰었다. 2016년 1153만원이던 업무추진비는 2017년 470만원으로 급감한 후 2018년 3703만원으로 급증했다. 1년 새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작년 이 사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들여다보면 주로 '유관기관 업무협의 및 간담회', '공사 업무 및 상품관련 홍보' 등에 쓰였다. 2017년에도 이같은 업무에 추진비가 쓰였지만, 들어간 비용 단위는 달랐다. 가령 전임 사장은 2017년 2월에 유관기관 업무협의 및 간담회 등에 50만원을 쓴 반면, 이 사장은 2018년 2월 같은 업무에 120만원을 사용했다. 공사 업무 및 상품관련 홍보비도 2017년 4월엔 28만9000원을 쓴 반면, 2018년 4월엔 124만4000원을 지출했다. 
 
성과급을 포함한 임원 등 연봉과 업무추진비는 모두 이 사장이 취임한 해에 증가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월3일 주금공의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때문에 '셀프 인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활동이 많아진 것"이라며 "2017년에는 퇴임하는 수장이었고, 2018년에는 새로운 수장이 오다보니 업추비가 더 많이 쓰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논란은 해마다 끊이질 않는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 사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실제 이 사장은 지난 19·20대 총선 당시 부산 남구에 연이어 출마했지만 두 차례 모두 낙선했다. 다만 20대 총선에서는 접전 끝에 득표율 48.04%를 기록하면서 21대 총선에도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이 사장 취임 후 주금공의 사회공헌활동이 부산 남구 지역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분석한 주금공의 부산지역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보면 이 사장 취임 후인 2018년 부산지역 전체 42건 중 13건이, 2019년(9월 기준) 전체 24건 중 5건이 각각 남구 지역에서 이뤄졌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지역구 다지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기 내내 낙하산 인사 등 도덕성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이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목적으로 중도 사퇴를 강행한다면 공공기관이 총선용 '재취업 창구'로 악용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평소와 다름없이 일정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지난 6월 부산 문현금융로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9 주택금융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주택금융공사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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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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