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Program Provider)들과 인터넷(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양측은 매년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며 최종 협상을 다음해로 넘기는 고질적인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PP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특정채널의 전부 또는 일부 시간에 대한 사용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가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 사업자를 말한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종편), CJ ENM·KBSN·MBC플러스 등이 대표적인 PP다.
서울역에서 시민이 MBC 방송이 나오는 TV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료방송사업자와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은 주로 지상파 3사, 종편, 나머지 PP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지상파 3사는 재송신료(CPS) 협상을 벌인다. 현재 월 가구당 CPS는 420원이지만 지상파 3사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종편도 가세했다. 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편 4사는 최근 케이블TV와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이러한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18일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두 배 인상은 힘든 케이블TV 방송사들의 사정을 감안했을 때 어려운 요구"라며 "최근 종편이 유료방송 의무송출채널에서 제외됐지만 오히려 자사의 콘텐츠를 뺄 수도 있다는 것을 볼모로 사용료를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종편에서 인기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탄생하고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종편을 채널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이다.
PP업계에서 규모와 영향력이 큰 지상파와 종편들이 이처럼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나머지 중소 PP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지상파 3사와 종편에 밀려 제대로된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PP들은 최근 IPTV를 보유한 통신 3사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유료방송 1위 KT는 최근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면서 협상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PP 업계 관계자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프로그램 사용료가 필요하다"며 "덩치가 큰 지상파와 종편들이 프로그램 사용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그 피해가 중소 PP로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