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속 규제 이슈까지"…보릿고개 넘는 시멘트업계 '울상'

건설경기침체 직격탄에 원재료 값 하락 효과 못누려…부동산·환경 규제로 내년도 쉽지 않아

입력 : 2019-12-19 오후 6:28:46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시멘트업계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하락과 시멘트 판매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방산업 위축에 따른 시멘트 출하량 감소로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탓이다. 이 가운데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멘트 제조를 위한 기본 환경 자체는 나쁘지 않다. 먼저 시멘트 소성과정에서 필수적인 열에너지원인 유연탄 가격이 하락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폭염과 주요 유연탄 생산국인 호주의 탄광 파업 등 수급여건 악화 등으로 2017년도부터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유연탄 가격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탈석탄 정책, 신재생에너지 육성 등의 영향으로 2018년 4분기 이후 하락하고 있다. 실제 동북아,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남아공 등 유연탄 수출국들의 유연탄 가격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초 1톤당 121달러는 넘어서던 호주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말 65달러까지 내렸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3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판매단가는 오히려 올랐다는 점도 시멘트 업계에는 긍정적 요소다. 지난해 업체 간 가격경쟁 심화로 1톤당 6만1610원까지 하락했던 판매단가는 올해 3분기에는 1톤당 6만3075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 같은 판매단가 상승은 시멘트업계의 가격 정상화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올해 3분기 시멘트업계 주요 6개사(쌍용양회·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삼표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중 삼표와 현대한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멘트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하락했다. 시멘트산업이 내수 중심산업으로 전방산업인 건설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에 따른 건설경기침체로 국내수요가 감소, 시멘트업계 수익성도 하락한 것이다. 
 
한일시멘트 평택공장 전경. 사진/한일시멘트
시멘트업계의 실적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시멘트 출하량 감소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데다, 질소산화물 대기배출부담금 부과, 지역자원시설세 이슈 등 정부의 시멘트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황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에만 부과되던 대기배출부과금을 질소산화물에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멘트사들도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추가적인 설비 투자 부담이 예상되며, 특히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안이 통과될 경우 시멘트업계에 연간 약 500억원의 세금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안은 시멘트 생산 1톤당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산업의 경기는 대개 건설경기와 그 싸이클을 같이 한다”며 “특히 시멘트업계의 경우 내수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에 대해선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시멘트업계는 앞으로의 경영상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500억원의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더구나 이미 원재료인 석회석에 부과 되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를 공산품인 시멘트에도 과세하라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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