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올해 게임업계는 연초부터 불거진 대형 게임사 매각 이슈와 함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놓고 몸살을 앓았다.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의문이 던져진 가운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확장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통과시켰다.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등의 경우를 게임이용장애이자 치료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의료계는 예방 차원에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게임업계는 산업 위축을 우려하며 즉각 반발했다.
갈등이 반복되자 국무조정실이 나서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게임·의료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게임이용장애의 과학·객관성을 따지고 찬반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지난 7월 발족 후 5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내년에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국내 실태조사·파급효과 등을 분석한다. 국내에 게임이용장애 도입이 결정되기까지 앞으로 약 5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통계청은 내년 진행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하지 않았다. KCD 개정 주기는 5년으로 이르면 2025년쯤 분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WHO는 지난 5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을 통과시켰다. 지난 5월 '게임이용장애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대식. 사진/김동현 기자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에 앞서 게임업계를 뒤흔든 이슈로는 넥슨 매각이 있다. 지난 1월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국내 게임업계 1세대인 김 대표가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의문을 던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바람의나라', '던전앤파이터' 등 국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둔 대표 게임사의 매각 추진인 까닭이다. 당시 김 대표는 "넥슨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할 여러 방안을 숙고 중"이라며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 넥슨 매각은 철회된 상태로, 넥슨은 신작 프로젝트를 선별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매각 등 논란 속에서도 업계는 신기술 결합을 통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가능성을 엿보는 중이다. NHN은 20년 동안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개발했다. 한돌은 최근 이세돌 9단의 은퇴대국 상대로 선정돼 2승1패를 거둬 화제를 모았다. NHN은 한게임 바둑의 △한돌 9단 대국 △한돌 찬스 △한돌 승률 그래프 등에 한돌을 적용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2년간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공개했다. '미르의전설2', '윈드러너' 등 위메이드의 주요 지식재산권(IP)을 신규 블록체인 게임에 투입해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선다. 스마일게이트는 가상현실(VR) 분야로 진출해 올해 처음으로 VR 게임 '포커스온유'를 출시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며 AI, 빅데이터와 결합한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현재 게임산업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고 판단한다"며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기념대국' 최종국을 마친 후 복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