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문구점이 편의점처럼 식음료 상품 구색을 늘리면서 업역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 문구점에 마련된 식음료 제품. 사진/김응태 기자
24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체인형 문구전문점. 매장 입구 앞에는 세계 과자가 진열돼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면 바로 왼편 냉장고에 갖가지 음료수가 열 맞춰 놓였다. 매장 안쪽에는 라면부터 스낵, 여성용품 등 생필품까지 진열돼 문구 제품과 함께 판매한다.
최근 체인형 문구전문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문구업체들은 탕비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비롯해 소매품까지 판매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애초 마트 콘셉트를 도입해 문구와 식음료 상품 비중을 비슷하게 구성하는 문구점도 나타나고 있다. 한 문구업계 관계자는 "오피스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주는 마트 형태의 콘셉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편의점들은 이 같은 문구점의 식음료 상품 취급 확대에 경계감을 높인다. 무엇보다 문구점이 판매 품목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체인형 문구전문점은 각 점포에서 판매하는 식음료 제품을 본사가 일괄 구매해 매장에 납품하는 구조이지만, 일부 가맹점의 경우 점주가 개별적으로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편의점 업체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편의점과 마트가 판매하는 제품을 지나치게 침범할 경우 문구점이라는 본 역할에서 벗어날 뿐더러 지난해 말 도입한 편의점 자율규약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편의점 6개 업체는 업체 간 자율규약을 맺고 점포별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타 브랜드 편의점과도 근접 출점을 제한키로 했다. 지난해 말 담배판매 소매점 간 거리 제한 50~100m 기준으로 출점을 제한하는 규약을 맺어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기로 합의하면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문구점들이 식음료 판매를 확대하면 편의점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연도별 편의점 증가수는 △2015년 2974개 △2016년 3617개 △2017년 4213개 등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627개로 감소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CU, GS25 등 편의점 3사 점포당 매출액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1, 5, 10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매월 점포당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다만 일각에선 문구점의 식음료 판매 품목 확장에 대해 중단을 요청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편의점에서도 문구점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편의점 점포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문구점이 편의점 및 마트와 비슷한 품목을 운영할 경우 두 업계 간 업역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문구점이 편의점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하며 편의점과 비슷한 제품을 판매할 경우, 국내 유통 시장 구조가 복잡해지고 서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