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선박 주유소' LNG 벙커링 시장 국내 첫 진출

미국 쉘 사와 계약 체결…"새로운 시장 적극 개척할 것"

입력 : 2019-12-30 오전 6:06:1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한해운이 국내 해운업계 최초로 '미래 먹거리'인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덜란드와 싱가폴 등 ‘허브항’을 꿈꾸는 각국 기업과 정부가 투자를 시작한 가운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국제 해상에 LNG 추진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박에 LNG 연료를 주입하는 LNG 벙커링도 미래 신사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자동차의 주유소와 같은 개념인 벙커링은 선박들의 자국 항구 입항을 유도할 수 있어 업계는 물론 각국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초기 단계인 LNG 벙커링은 탱크로리 트럭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 선박은 탱크로리만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하역·선적과 동시에 연료를 주입해야 경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별도의 벙커링선이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
 
LNG 벙커링선은 작년 기준 전 세계에서 8척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 사이 11척이 추가 건조될 예정이다. 황산화물 배출을 규제하는 ‘IMO 2020’,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IMO 2030’ 등 환경 규제에 맞춰 LNG 추진선이 중장기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해외 각국·기업도 LNG 벙커링을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서 2025년까지 LNG 추진선을 140척으로 확대하고 LNG 벙커링 능력은 2022년 70만톤~2030년 130만톤까지 확대키로 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앞으로 10~20년 후면 LNG가 대세가 될 것이고 그러면 벙커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속도 경쟁인데, 지금 오일 벙커링 최강자인 싱가폴 등이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면 산업을 놓치고 뒤처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LNG 벙커링 시장은 향후 지금까지의 BC유 벙커링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 기술력 습득 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전망했다. 
 
대한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SM이글호. 사진/대한해운
 
이런 가운데 국내 해운업계에선 대한해운이 처음으로 LNG 벙커링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SM그룹 해운부문 계열사인 대한해운은 20여년 LNG 선대 운항 경험을 축적한 에너지, 자원 전문 수송선사다. 
 
대한해운은 내달 중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국내 첫 LNG 벙커링 기능을 갖춘 LNG 운반 겸용선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Shell)과도 약 482억원 규모의 LNG 벙커링선 대선 계약을 체결했다. 김칠봉 SM그룹 해운부문 총괄 부회장은 “Shell사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강화하고, 이를 교두보 삼아 해외 LNG 운송 및 LNG 벙커링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는 대한해운과 가스공사가 운영할 겸용선으로 내년 5만~2022년 31만톤의 수요 예상치를 우선 충족하고, 벙커링선과 해상부유식 저장설비 등을 확대해 2023년부터 본격화할 LNG 벙커링 수요에 대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오는 2022년 건조를 목표로 국내 첫 LNG 벙커링 전용선 건조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3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내년 발주가 이뤄질 사업자 공모에서 국내 선사로서는 유일하게 실적을 확보한 대한해운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여러 얘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배를 많이 움직이는 해운회사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기존 벙커링선의 경우 외국도 주로 해운사들이 운영한다”며 “가스공사처럼 LNG 연료공급사나 LNG 직수입자, 혹은 양쪽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올 수도 있는데, 공모 후 업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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