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속 희망불씨 찾은 K-바이오

기술반환·임상실패 악재 불구 기술력 입증 성과는 희망적

입력 : 2019-12-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해 유독 부침을 겪었다. 주요 임상 기업들의 연이은 부정적 결과 도출과 허가 품목의 성분 변경 사태, 대기업의 분식회계 이슈 등 전반적인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재들이 쏠린 탓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존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벤처들이 글로벌 제약사들로 기술이전을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며 기대감을 남겼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악재 신호탄은 한미약품이 쏘아올렸다. 지난 2015년 일라이릴리에 약 86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HM71224)의 권리를 반환받은 탓이다. 이미 수령한 계약금(5300만달러)의 반환 의무는 없지만 국산 의약품의 대형 기술이전 시대를 연 한미약품이라 업계 입장에서도 뼈 아팠다.
 
3월 말에는 이미 국내에서 허가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주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른 사상 초유의 성분 변경사태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당시 글로벌 3상을 추진하던 인보사의 행보는 전면 중단됐고 5월에는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관련 임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 기존 투여 환자 보상 등에 대한 법적공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8월과 9월에는 막바지 임상 결과를 앞두고 있던 신라젠과 헬릭스미스가 부정적 임상 결과를 받아들었다. 신라젠은 간암치료 후보물질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았고,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후보물질 '엔젠시스'의 임상 약물 혼용으로 결과 발표가 크게 미뤄졌다. 
 
차세대 국산 바이오벤처 성공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두 기업의 고배는 전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비상장 대어로 꼽히던 비보존이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임상 3a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며 또 한 차례 찬물을 끼얹었다.
 
한 해동안 꾸준히 실패의 역사를 쌓아온 국내 업계지만 부정적 이슈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국산 의약품의 저력과 업계 기술력에 희망을 갖게하는 성과들도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도 이어질 만한 성과들도 도출되며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국내 제약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높은 상품 매출에 R&D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유한양행은 굵직한 기술이전 계약을 연달아 터트렸다. 1월 길리어드에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7억8500만달러(약 9120억원)에 기술 수출한 유한양행은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또 다른 NASH 치료제를 8억7000만달러(약 1조107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했다. 지난해 11월 얀센에 12억5500만달러(1조4580억원) 규모로 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합치면 1년 새 3건의 1조원 안팎의 계약을 성사시킨 셈이다. 
 
2월에는 대웅제약이 국산 보툴리눔 톡신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문턱을 넘었다. 대웅제약의 자체 개발 품목 '나보타'는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 판매를 이어가고 있으며, 또 하나의 대형 시장인 유럽 역시 품목 허가가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활동 영역의 확대가 점쳐진다. 
 
이어 9월에는 JW중외제약이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에 통풍치료제 기술이전(약 810억원 규모) 하는데 성공했고, 11월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혁신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판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제약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허가승인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 허가를 획득한 것은 SK바이오팜이 국내 최초다.
 
유망 바이오 벤처들도 힘을 냈다. 올릭스와 레고켐바이오가 각각 황반변성치료제(약 815억원)와 ADC원천기술(약 4700억원)을 테라와 밀레니엄에 기술 수출하며 유망 바이오벤처들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11월에는 알테오젠이 피하주사 원천기술(ALT-B4)를 글로벌 대형 제약사(계약 상대 비공개)에 총 13억73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대박을 터트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거둔 주요 국산 품목들의 기술 이전은 단기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개발 지속을 통한 추가 성과나 후속 계약 등 연쇄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요소들"이라며 "한 해동안 악재가 몰렸던 점은 아쉽지만 그만큼 불확실성을 털어냈다는 요소로도 볼 수 있는 만큼 내년 국내 업계 성과를 기대해 볼 만 하다"라고 전망했다. 
 
올해 유독 악재에 시달린 제약·바이오 업계지만 소기의 성과도 달성하며 내년도 기대감 역시 키웠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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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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