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중소기업 현장에선 규제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규제 부담 측면에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획일화된 규제 적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규제는 소상공인부터 소·중기업·벤처기업, 전통 제조업부터 신산업 분야까지 규모별, 분야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규모와 분야에 맞게 규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이에 대한 개선이 부족한 모습이다. 2015년 발간된 ‘규제개혁백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 등록 규제 중 중소기업 관련 규제는 8291건에 달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 건수는 137건으로 비율로 따지면 1.7%에 그쳤다.
정부 부처별 중소기업 규제 대비 차등화 비중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규제 대비 차등화 비중은 국토교통부가 0.7%로 가장 저조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0.8%, 산업통상자원부 1.4%, 해양수산부 1.6%, 고용노동부 1.7% 등 대부분 1%대로 평균 1.7%의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규제 내용과 시기에 따라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규제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 부과와 실체적 내용뿐 아니라 규제 적용 시점이나 주기, 횟수 등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기업은 주식회사 외부감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나 안전관리자 의무선임대상을 확대하며 중소 건설 공사 현장에는 적용 시기를 유예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우리 정부도 중소기업의 과도한 규제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중소기업 영향평가제도를 중소기업청 주도로 실시하고 있지만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심우현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중소기업 영향평가가 실제 규제 도입 단계에서 중요한 절차적 요소로 고려되기보다 단순히 참고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분석보다 주로 규제 입안자의 주관적인 의견의 제시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1월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개최된 KOREA 벤처투자 SUMMIT 2019에서 전시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