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상한 정치검찰 논란)②기소 편의주의…"특히 정치적 사건 재량권 남발로 비판 자초"

'조국-나경원' 자녀입시 의혹 '다른 태도' 수사 대표적 사례
국정원 직원 감금·PD수첩 명예훼손 사건 등도 같은 행태 지적
법조계 "수사권 조정으로 직접 수사 배제·공수처로 기소권 견제해야"

입력 : 2020-01-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치 검찰의 행태에 대해 지적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다. 기소 편의주의는 '검찰관의 재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 위법은 아니다.
 
6일 형법 제51조와 형사소송법 제27조 등에 따르면 '검사는 범인의 연령, 성향, 지능,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검찰이 비슷한 의혹을 받는 사건, 특히 정치적 사건에 대해 기소권을 재량으로 발휘하면서 사실상의 정치 개입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 아들의 입시 의혹에 관해 검찰이 다른 태도로 수사하고 있는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특히 이달 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여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4명이 기소된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기계적 균형 맞추기식 기소'란 반발도 나왔다.
 
이번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해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기소일인 2일 자신의 SNS에 "정치 검찰이 주는 세 번째 훈장"이란 글을 남겨 검찰의 처분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해당 글에서 앞서 기소된 '국정원 여직원 공동감금' 사건과 '고 장자연씨 명예 지킴' 사건을 언급하면서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번째가 국정원의 눈치를 본 사건, 두 번째가 거대 언론사의 눈치를 본 사건이라면 세 번째는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눈치를 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종걸 의원이 언급한 '국정원 여직원 공동감금'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11일 당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비방 댓글 등 불법 행위를 벌인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 현관에서 대치한 사건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김씨를 감금했다면서 고소·고발했고, 이를 수사한 검찰은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의원 등 5명을 기소했다.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후 정식 재판에 회부된 이종걸 의원 등 전원은 1심·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실제로는 김씨가 문을 열지 않은 것임에도 검찰이 당시 야당 의원들을 기소한 것은 댓글 사건의 본질을 희석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알린 야당 의원들에 대해 보복성 조처를 원했던 청와대의 의중대로 수사했다는 게 당시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었다. 
 
당시 이 의원 등을 변호했던 김남국 변호사는 이번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기소된 것에 대해 "폭력 행위의 고의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그런 우발적 행위를 기소하는 검찰의 기준이라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약식명령을 받은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피선거권 박탈 부분에서 국회법 위반이 더 강한 처벌은 맞지만, 민주당 의원들을 기소한 것은 구색을 갖추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기계적 균형을 맞추고,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7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정원 여직원 감금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종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의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008년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한 MBC 'PD수첩'의 명예훼손 수사도 검찰이 기소 재량권을 남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사의뢰와 고발로 시작해 이듬해 조능희 PD 등 5명이 기소됐지만,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무죄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임수빈 형사2부장검사는 기소를 강행하려는 검찰 지휘부의 지시에 불복해 사표를 내기도 했다.
 
검찰은 또 지난 2008년 법원의 중재로 국세청과 합의해 556억원만을 환급받은 정연주 당시 KBS 사장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 언론사 장악을 시도하는 것에 맞춰 기소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비판에도 정 전 사장에게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 사건 역시 1심부터 상고심까지 무죄로 판결했다. 
 
이듬해 검찰은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화제를 모았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활동한 박모씨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박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했고, 결국 검찰은 공소를 취소했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7시간 의혹'을 다룬 칼럼을 게재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을 재판에 넘긴 것도 검찰이 편의에 따라 기소한 사례 중 하나라는 평가다. 검찰은 언론 탄압과 함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것이란 우려에도 가토 지국장을 3차에 걸쳐 소환 조사한 이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가토 지국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항소를 포기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박근혜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에서 가토 지국장 사건을 "대통령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집권 세력의 의도에 검찰이 철저히 따라가다 보니 국제적 망신도 무릅쓰며 검찰권을 남용한 사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권 조정 등 추진 중인 제도가 앞으로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권력 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배제하고, 공수처로 주요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 PD 수첩 관계자들이 지난 2011년 9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PD수첩 광우병 보도 관련 최종선고를 받은 후 대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최병호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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