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불출마 장관 지역구에 전략 공천 검토…빈자리 누가 채울까

'구로을'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용산구'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 행보 주목

입력 : 2020-01-08 오후 3:19:49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박영선·진영·김현미·유은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관 겸직 의원들이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들이 떠난 빈자리에 누가 도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지난 3일 현직 장관 4명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구로구을)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경기 고양시정),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경기 고양시병)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구)은 이날 불출마 선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당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은 행안부 장관으로 갈 당시부터 차기 총선에 대한 불출마를 시사했다.
 
먼저 박 장관이 떠나는 구로을에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진 장관의 용산구는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점 쳐진다. 김 장관과 유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과 고양병에는 영입 인사들을 전략 공천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두번째) 대표를 비롯한 김현미(왼쪽부터), 박영선, 유은혜 등 당 출신 현직 장관들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 등도 전략 공천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출된 민주당 현직 의원은 모두 5명이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세균 의원까지 국무총리로 발탁될 경우 6명이 된다.
 
공교롭게 차출된 현직 의원 지역구는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이 '박빙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당 입장에선 '수도권 수성'을 위해 전략 공천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또는 원외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 공천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들의 후임자다. 인지도가 높은 중진 의원들이 탄탄하게 만들어 놓은 텃밭인 만큼 대놓고 꽃길을 깔아줄 수도 없고, 정치 신인을 꽂아두기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전략 공천 최소화' 방침을 강조해왔다. 당 내에서도 청와대 낙하산 공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 당의 전략 공천 구상에 더욱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들의 불출마 선언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당 입장에서는 선거 승리가 유력하신 분들이 불출마 하셔서 매우 아쉽다"며 "한 석, 한 석이 아쉬운데 이렇게 네분이 그만 두시니 그 자리에 어떤 분으로 대신해야 할까 하는 걱정도 많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추 장관의 지역구이자 야권 유력 정치인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진을 지역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후보군으로 설정해 여론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 사진/ 뉴시스
 
박 장관의 지역구인 구로을은 윤 실장의 투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 실장은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인물로 총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민주당 소속 조규영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 강요식 한국당 당협위원장 등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이 지역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된다.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박 장관이 18대부터 내리 3선에 성공, 터를 닦아놔 어떤 민주당 후보가 출마해도 당선이 유력시 되는 곳으로 꼽힌다.
 
다른 장관들의 지역구와는 달리 진 장관의 용산 지역구는 여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일찌 감치 감지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권 전 관장이다.
 
권 전 관장은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나와 1년 동안 지역구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기도 해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된다. 이 밖에 선종문 변호사와 도천수 희망시민연대 이사장이 민주당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김 장관과 유 장관이 형성하고 있는 '고양 벨트'는 민주당의 고민 거리다. 보수 성향이었던 이 곳에 민주당의 기반을 구축한 이들이 두 장관이었다. 현재 고양시병·고양시정은 유력 후발 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 의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지만,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장관들의 불출마 지역구에 청와대 출신 인사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청와대 출신 후보 전략 공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관들이 힘겹게 일궈 놓은 지역의 공천과 관련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특혜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이처럼 민주당은 마땅한 카드가 없을 경우 최근 인재 영입 인물들을 공천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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