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소음 기준 없는 선거법 조항 위헌"…12년만에 뒤집혀

헌재 "인터넷·방송 이용 비중 증가…환경권 보호 측면 커져" 강조

입력 : 2020-01-1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선거운동 과정에서 소음 기준을 두지 않은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판단을 뒤집어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인터넷·방송 등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와 국민 환경권 보호의 중요성을 주목했다.
 
헌재는 공직선거법 제79조 제3항 제2호 중 '시·도지사 선거' 부분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집 주변에서 확성장치 등으로 소음을 유발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해 7월 공직선거법 제79조 제3항 등이 소음에 대한 규제 기준을 두지 않아 환경권, 건강권 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란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심판대상 조항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고려해 확성장치를 허용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온한 생활환경이 보장돼야 할 주거지역에서 출근 또는 등교 이전, 퇴근 또는 하교 이후 시간까지 지속 시간과 최고 출력 또는 소음 규제 없이 확성장치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례가 선고된 이후 11년이 지났는데도 확성장치로 인한 선거운동의 소음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현대사회에서 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공직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확성장치 사용에 따른 선거 소음 문제는 더 간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와 같은 선거 소음은 앞으로도 반복해 치러질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 모든 종류의 공직선거 때마다 유발될 것이므로 결코 소음 발생이 상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오늘날 정견을 알리는 선거운동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사회 문화의 변화에 의해 그 수단과 방법이 매우 발전되고,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어서 인터넷이나 방송 매체를 이용하는 선거운동의 방식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는 반면, 확성장치를 사용해 야외에서 전개하는 재래식 방식의 비중은 갈수록 축소돼 가는 실정"이라며 "확성장치 소음을 엄격히 규제한다고 해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은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의 환경권을 소음으로부터 보호하게 되는 측면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히려 심판대상 조항에서 확성장치 사용을 허용하되 선거 소음을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규율하는 조항을 둘 때 선거운동의 자유가 적극적으로 보장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기본권의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부합하면서 선거운동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란 의미이므로 확성장치의 최고 출력 또는 소음 규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 그 범위 내에서 더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약 이 조항을 단순 위헌으로 선언하면 선거운동에서 확성장치의 사용에 관한 근거 규정이 사라지고, 후보자 등을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내년 12월31일까지 개정안이 입법되기 전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8년 8월 이번 심판대상 조항과 내용이 같은 구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선거운동의 기간, 확성장치의 사용 장소, 사용 대수, 사용 방법 등에 대한 규정까지 두고 있는 이상 확성장치 소음 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청구인의 정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무를 과소하게 이행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국외 출장으로 송두환 재판관이 빠진 재판관 8명이 4대 4 의견을 내면서 위헌 결정을 위한 6명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판단에서도 이선애·이미선 재판관은 "법정 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사정들은 선례 결정을 변경할 만한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선례 결정 이후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를 이전보다 엄격히 판단해야 할 정도로 헌법현실이 급변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달리 새롭게 해석할 필요성도 찾아볼 수 없다"는 내용의 반대 의견을 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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