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의원, 유죄 확정…방송법 위반 첫 사례

대법, 벌금 1000만원 선고 원심판결 유지

입력 : 2020-01-16 오전 11:40:4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해양경찰청을 비판하는 내용의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정현 의원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는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방송편성 간섭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첫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방송법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2차례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해 4월21일 이 의원은 김 전 국장과의 통화에서 "해경이 잘못해서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드려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진짜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십니까" 등으로 말하면서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고, 앞으로의 보도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4월30일 통화에서는 "아예 그냥 다른 거로 대체를 좀 해주던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쇼",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 한 번만 도와주쇼" 등으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해 10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보도 개입'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은 이러한 발언을 방송에 관한 간섭으로 판단해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범행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이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접촉해 방송편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것으로서 홍보수석의 대국민, 대언론 홍보 활동이란 업무 범위를 고려하더라도 단순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편성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명백히 방송법 위반의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이 사건 조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경우는 전무했는데, 이는 아무도 이 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사건에서 보는 것과 같이 국가권력이 언제든지 쉽게 방송관계자를 접촉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요구함으로써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쳐왔는데도 이를 관행 정도로 치부하거나 나아가 이를 본연의 업무수행으로 여기기까지 하는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 역시 홍보수석 본래의 업무수행으로서 방송사에 사정하고 부탁한 것뿐이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하거나 오보가 분명한데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 말고는 오보를 신속하게 정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라고 진술하는 등 홍보수석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의 방송편성권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고, 그 접촉을 통해 방송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심은 이 의원이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해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해경이 구조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의 시정을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되면서 의원직 상실에서는 벗어났다. 국가공무원법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하도록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송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수긍했다"며 "이 판결로써 피고인에게 '방송법 위반죄 벌금형'이 확정돼 피고인의 국회의원직과 피선거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5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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