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후배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사인사 담당 검사가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당시 서지현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하도록 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검사장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후 비위 사실이 검찰 내부에서 확대되자 서 검사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인사 담당 검사에게 통영지청으로 배치하도록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검사는 실제 2015년 8월 하반기 검사인사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1심에서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해 5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은 "법무부 검찰국이 마련하는 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검찰국장의 업무 권한을 남용해 검찰국 검찰과 검사인사 담당 검사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지현을 통영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성추행 비리를 덮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보상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비리의 피해자에게 오히려 부당하게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줬다"면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해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신뢰의 토대가 되는 검사인사가 올바르게 이뤄진다는 데 대한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도 "피고인의 지시가 없이는 인사 담당 검사가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서지현을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며 안 전 검사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29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서울북부지검 검사로 재직했던 2010년 검찰 간부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그 이후 조직적인 사건 은폐, 부당한 감찰과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면서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폭로했다.
대검찰청은 같은 달 31일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조사단은 그해 4월25일 안 전 검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다만 안 전 검사장의 강제추행 혐의는 고소 기간이 지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징역 2년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