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해 중소기업의 은행권 대출이 10년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700조를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중기의 자금 사정을 어렵게 만든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국이 중기 부채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집계한 시중은행 18곳의 최근 13년간 중소기업 대출 신용 잔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기 대출 잔액은 716조7025억(속보치)로 전년 668조4185억 대비 7.1% 증가했다. 확정치로 보면 중기 대출 잔액은 2007년 370조4098억에서 2018년 693조2214억으로 무려 87%나 늘었다.
물론 저금리 장기화와 신예대율 적용에 더해 정부가 중기 대출 활성화에 나선 결과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중기의 이자지급능력이 약화되고 있고, 부실 징후를 보이는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융권 분석을 보면 지난해 전체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비중은 상반기 37.3%였는데, 중기는 1미만인 비중이 49.7%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금감원 분석을 봐도 상황이 나쁘다.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 중에서 중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84.6%에서 2019년 95.7%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기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한계(좀비)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를 위한 대출보다는 수익성 악화에 따라 기업 자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대출이 더 많기 때문에 이를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중기 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기존 예대율에서 가계 대출 위험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 낮추는 신예대율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실태평가 기준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이 신설된 것도 중기 대출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기술금융과 동산 담보대출 활성화, R&D 사업 지원 정책 등 기업 대출 확대 독려가 계속되고 있고, 가계대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중기 대출을 늘리고 있다"면서 "문제는 지난해 연말부터 중기대출 관련 연체율이 상당폭 올라가고 있어 내부적으론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