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최초 그래미어워즈 무대…"내년엔 후보 목표"

릴 나스 엑스와 역사적 협업 무대…앨리샤 키스 "모두는 BTS에 사로 잡혀 있다"

입력 : 2020-01-27 오후 3:16:0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퍼포머로 무대에 섰다. 지난해 'Old Town Road' 열풍의 주역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20·Lil Nas X)와의 협업 무대. 엑스가 회전식으로 돌아가는 방문을 열면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차례로 나왔다. 디플로, 영 서그, 빌리 레이 사이러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은 이 무대의 제일 처음, 마지막을 함께 장식했다. 
 
그룹의 단독 무대는 아니었지만 한국 대중음악계의 새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그래미 진행자로 나선 앨리샤 키스는 피아노로 출연진들의 곡을 연주하면서 "우리 모두는 BTS에 사로 잡혀 있다"며 "당신이 K팝을 좋아하든, 록앤롤을 좋아하든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퍼포머 21개 팀 중 하나로 무대에 소개됐지만 BTS, 나아가 K팝의 인기를 충분히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그래미시상식 국내방송의 중계를 맡은 DJ 배철수는 "한국 아티스트 무대를 그래미에서 보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특히 지난해 미국 빌보드에서 최장기간 싱글 1위에 오른 뮤지션과 함께 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함께 해설을 맡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원이 아닌 라이브로 그래미 무대에 서는 것 자체 만으로 굉장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앨범 발매, 월드 투어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팝 부문 후보에 오르고 상을 타는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1958년 시작된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 Science, ‘NARAS’)에서 주최하는 음악상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세 시상식 중 음악성 측면에서 가장 큰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그래미어워즈 퍼포머로 무대에 섰다. 한국 대중음악계 최초의 기록이다. 지난해 그룹은 한국 가수 최초로 이 부문 시상자로 나선 바 있다. 당시‘베스트 알앤비(BEST R&B)’부문의 시장자로 신인 뮤지션 허(H.E.R.)에게 축하와 함께 트로피를 건넸다.
 
앞서 세계 대중음악계에선 그룹의 '그래미 어워즈' 후보 지명이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 앨범 '맵 오드 더 솔 : 페르소나'로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본상을 수상하고, 월드투어로 2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독하리만큼 보수적인 평가 방식을 고수하기로 유명한 그래미는 결국 그룹을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
 
그룹의 후보 배제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음악전문지인 롤링스톤은 “그래미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인 K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현 음악 시장의 흐름과 완전히 대조되는 행보”라고 정면 비판했다. 방탄소년단의 곡‘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가수 할시 역시“방탄소년단이 여러 부문의 후보를 누릴 자격이 있다. 미국은 뒤쳐져 있다”며 그래미의 보수성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날 방탄소년단이 초청받았다는 것은 그래미가 차츰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날 시상식 직전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7'으로 월드투어를 진행한다"며 "내년엔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26일(현지 시각)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현대자동차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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