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량이 부족한 코인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보증 수표로 불렸던 카카오 파트너사도 예외 없이 거래량 기준에 의해 철퇴를 맞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대 거래소 중심으로 거래 지원이 종료되는 코인이 늘고 있다. 빗썸에서는 3개의 코인이 상장 폐지됐으며 코인원 또한 3개의 코인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코인원·빗썸은 지난해 10월 거래 유의종목 첫 지정 이후 자사 상장·폐지 정책에 따라 적극적인 코인 가려내기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코빗 또한 지난 9일 3개의 코인을 한꺼번에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코인원에서 상장 폐지된 콘텐츠 프로토콜(CPT)과 코스모코인(COSM)이 눈에 띈다. 이들 코인은 모두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의 파트너인데,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파트너들은 시장성·유망성 등이 검증된 프로젝트로 받아들였다. 실제 CPT는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왓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 있고, 코스모체인은 댑닷컴, 스테이트오브디앱에서 사용자 수 기준 전체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있는 프로젝트다.
거래소에서 내세우는 거래 지원 종료의 표면적인 이유는 거래량 미달에 따른 시세조작 위험성이다. 빗썸에서 지난 23일 상장 폐지된 아크블록(ABT)의 경우 빗썸에서 거래량이 28일 865만7372원으로, 빗썸 비중이 0.1%에 불과하다. 코인원에서 거래되는 코스모코인의 물량 또한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 된다. 이처럼 거래 지원이 종료된 코인들은 각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부족해 시세조종의 우려가 있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거래소가 자사 상장·폐지 정책을 근거로 프로젝트에 과도한 칼날을 대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구체화된 서비스 사례가 나오기 전인 시장 초기 상황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선 거래소 상장(자금 확보)-후 서비스 개발로 이어져왔던 블록체인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프로젝트 유망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상장 폐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 상황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량 미달을 이유로 상장 폐지 결정을 하는 것은 프로젝트 쪽에 자체 거래를 늘리라는 등의 안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거래소 쪽은 유동성 부족이 시세 조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는 프로젝트가 책임져야하는 부분"이라며 "유동성 관리가 안 되는 것은 개발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양측이 적극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록체인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량 부족을 이유로 거래 지원이 종료되는 프로젝트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상장 폐지는 프로젝트 쪽에 타격이 불가피한 조치"라며 "거래소와 프로젝트 재단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암호화폐 전광판 모습.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