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현대 공공미술 운동 선봉에 서온 세계적인 미술가 안토니 곰리(70)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철학과 메시지에 공감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5일(미국 현지시간) 뉴욕 전경이 한 눈에 내다보이는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피어 3에 장장 18km에 달하는 알루미늄 대형 굴곡 조형물이 세워진다. 현대도시가 지닌 직각과 사각형 이미지의 진부함을 탈피, 인간 고유의 에너지, 상호연결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뉴욕 클리어링 (New York Clearing)’이란 제목의 이번 작품은 곰리의 ‘클리어링’ 프로젝트 연작이다. 이 시리즈 중 최초의 야외 대형 설치물이자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방탄소년단의 현대미술 프로젝트 ‘CONNECT, BTS’ 마지막 전시로 소개됐다.
‘CONNECT, BTS’는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다. 지난 1월14일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대한민국 서울에 이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뉴욕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 메시지에 공감한 세계 5개국 22명 작가들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수평적으로 쌓아올렸다. 초연결사회, 단절과 분열, 치유의 의식, 소통, 새로운 연대 가능성 등 우리 시대의 문제 의식들을 현대 미술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 개막에 앞서 곰리는 “기존 건축물의 지지 구조에 지탱했던 ‘클리어링’ 연작이 처음으로 완전한 독립 구조물로서 야외에 설치된다”며 “맨해튼 시의 윤곽선을 배경으로 기를 펼치고, 작품의 배경과 전경 사이에 흐르는 이스트 강 너머로 작품과 도시 전경이 상호작용하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의 상호 연결성을, 구체적으로는 작품을 만든 사람과 그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사람의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며 구체화되는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설명도 전했다.
이번 작품은 ‘북방의 천사’ 등으로 현대 공공미술 운동에 획을 그은 곰리 예술관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이 세워진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역시 황폐했던 해안 산업단지를 녹지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지난 20~30년간 뉴욕시민들의 숨결과 닿아온 소통성, 연결성의 의미를 띄어왔다. 이번 작품 역시 시민들이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돼 공공성의 의미를 지닌다. 이스트 강 너머의 직각 도시 전경과 대비되는 원들에서는 소통, 연대 가능성 등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도 환기된다.
‘CONNECT, BTS’는 다음달 3월 27일 뉴욕에서의 전시 폐막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아트 디렉터 이대형 감독은 “방탄소년단이 만든 문화적 파장이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사회적 계층, 젠더, 정체성의 경계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문화적 영향력은 다양한 경계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대 미술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안토니 곰리 'New York Clearing', 사진/Christopher Burke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