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신임 당대표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한선교 의원이 추대됐다.
미래한국당은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한 의원을 당대표로 추대하고 강령과 당헌 등을 채택했다.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김성찬 의원은 최고위원, 조훈현 의원은 사무총장에 내정됐다. 미래한국당은 한국당의 총선 불출마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는 13일까지 현역 의원 5명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신임 대표가 5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도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 총출동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낳은 망국적 야합에 따른 필연적 결합"이라며 "우리가 총선에 승리해 선거법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와 중도를 포괄하는 범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뭉쳐야 한다"며 "우리 한국당과 오늘 창당한 미래한국당은 한마음 한몸으로 움직이면서 문재인정권 심판의 대의를 위해 손잡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은 3월27일 총선 후보 등록 전까지 현역 의원들의 당적을 이동시켜 원내 제3정당으로 기호 3번을 부여받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 미래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낸다. 연동형 비례제에서는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배출할수록 비례대표 의석수 배정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석수의 극대화를 위한 한국당의 전략인 셈이다. 당내에선 영입 인사 등이 당적을 옮겨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한국당의 계획대로 현역 의원들의 당적이 정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 말 황 대표가 직접 나서 일부 불출마 의원들을 접촉했지만 당적 이동에 적극 호응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 미래한국당 앞에 놓인 과제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한선교 신임 대표가 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공천 국면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선교 신임 대표는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한국당이 미래한국당 공천에 관여하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성정당의 전권을 지니고 있는 한 대표가 공천 문제와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며 독자행보에 나설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꼼수와 정치적 계산이 난무하는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 심정을 생각하면 송구스럽다. 한국당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중앙선관위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교란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자유한국당의 위장 불법 정당에 대해 등록 불허라는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는 황 대표 발언이 끝난 후 갑자기 단상에 외부인이 올라와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미래당 오태양 공동대표가 단상에 올라 "미래한국당은 불법 정당이다. 당장 해산하고 집에 가십시오"라며 창당 반대를 외치다가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뒤엉키면서 소란이 일었다.
우리미래당 오태양 공동대표가 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창당 무효를 외치다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