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지난해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개선세를 보였지만, 상품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올해 경산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2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4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경상수지는 전년 대비 175억달러 줄어든 599억7000만달러였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8년 774억7000만달러보다 175억달러 감소하면서 지난 2012년(487억9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와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수출이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상품수지는 768억6000만달러로, 전년 1100억9000만달러보다 332억3000만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5619억6000만달러)과 수입(4,851억달러)이 모두 전년 대비 10.3%, 6.0%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상품 수출 감소는 특히 △반도체 등 주요품목 단가하락 △대중국 수출부진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전체 상품 수입도 국제유가 하락과 반도체 제조장비 등 자본재 수입 감소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11월 전망치 570억달러를 상회했지만,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종료되면서 반도체 경기가 부진했고,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홍콩사태로 세계 경제 둔화가 이어지면서 상품수지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개선됐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여행과 운송수지 개선으로 적자폭이 줄어 23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가 165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6억7000만달러로 감소한 점이 서비스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입국자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한·일 무역분쟁 이후 일본행 여행객수가 급감하면서 출국자수는 정체됐다. 본원소득수지도 국내기업의 해외 배당금 수취가 증가해 역대 최대인 122억달러를 올렸다.
문제는 올해 경상수지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박 국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1월말부터 계속되고 있고 효과를 예단하긴 힘들다"면서도 "최근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로 우리 가공무역 등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편 중단 및 감축 영향으로 운송수지에도 영향을 주는 등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리가 수출 위주 국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한국은행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