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공연계가 위축된 가운데, 국내 대표 공연예술 지원사업인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신작(이하 창작산실)’은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한다. 2월 초부터 중순까지 다섯 개의 신작이 차례로 개막한다. 창작오페라 '김부장의 죽음'과 '까마귀', 연극 '터널구간', 무용 '新청 랩소디'와 'Body Rock'이 관객을 맞는다.
창작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은 5일~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2013년 창단 이래 소극장 오페라를 전문적으로 제작 공연하는 오페라뱅크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남들처럼 취직하고 결혼하여, 평범하게 살아왔던 65년생 김부장이 꿈에 그리던 한강변 아파트를 장만하고 행복에 부풀어 있던 때, 예상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죽어가며 지난 삶을 돌아본다는 내용이다. 톨스토이의‘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모티브를 얻어 작곡가 오예승과 홍민정 연출, 신영선 대본가가 함께 작업했다. 극 중 김부장과 그를 둘러싼 지인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사실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내며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하는 삶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져보게끔 한다.
창작오페라 '까마귀'는 7~8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여진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신작으로, IMF 때 힘든 시기를 보낸 한 가족이 13년 만에 잃어버렸던 막내를 찾은 뒤 펼쳐지는 고통과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고연옥의 희곡 '내가 까마귀였을 때'를 바탕으로 작곡가 공혜린이 오페라로 재해석했다. 정확한 극 전개로 호평받는 이회수가 연출을 맡고, 지휘자 구모영이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7~1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터널구간'은 자본의 논리가 삶의 사명이 된 한 가족의 초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극심한 물신주의와 불안, 이로 인한 한 가족의 붕괴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해왔던 이상례 작가의 신작을 바탕으로 오유경 연출이 사실적인 이야기 위에 초현실적인 연출과 배경을 입혀 무대화했다. 장용철, 박지아, 송인성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고전 심청을 색다른 시점으로 바라본 라만무용단의 신작 '新청 랩소디'는 14~1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원전에 묘사된 심청의 죽음을 현대의 자살과 접목해서 바라봄으로써 심청을 죽음으로 내몰아가는 사람들의 위선과 부조리를 꼬집는 작품이다. 정길만의 안무, 연출, 대본과 서울메트로폴리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조정수 지휘자의 작곡, 전 국립극장 공연기획팀 이주영 PD가 각색을 맡았다.
안무가 미나유의 신작 'Body Rock'은 19~2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몸과 오브제의 만남, 인간의 목소리와 움직이는 DJ의 사운드 시스템이 어우러지는 실험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생에서 발생하는 고난과 충돌의 상황을 '개줄'이나 '바리케이트', ‘히잡' '마이크' 등 다양한 오브제에 투사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연예술창작산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지원 사업이다.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 쇼케이스, 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한다.지난해까지 5개 장르 총 182작품의 초연 무대를 지원해왔다.
김부장의 죽음.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