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 하루가 급한데”…자금난 압박에 소·부·장 기업 ‘울상’

피해액 최대 수백억 예상…중국 파견 직원 불안감 높아

입력 : 2020-02-06 오후 3:16:08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수출입 선적도 막아 놓은 상황이라, 그동안 중국으로 관련 제품을 수출해왔던 소부장 업체들은 자금난마저 호소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A사는 중국의 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자동차 문 부품을 독점 공급해왔다. A사는 계약금의 20%를 선지급 받고 나머지 부분은 부품 납품 후 받는 방식으로 계약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수출 길이 막히면서 자금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A사 관계자는 “700만달러 정도의 수주량으로 선적하기로 했는데 난감해진 상황”이라면서 “일정 상으로는 오는 14일이나 18일에는 선적을 해야 한다. 은행이나 협력사 자금 수요가 20일에 몰려 있어 예정대로 납품을 하지 못하면 자금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사는 지난 2016년 이미 은행 대출로 500억원을 빌린 상황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계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선적 지연으로 인한 자금 위기는 1차적 문제다. 수출 길이 다시 열린다 해도 장비업계 특성상 국내 업체 직원들이 중국으로 가 장비를 직접 설치해줘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대형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었다는 반도체 장비업체 B사는 제품을 배에 싣지도 못하고 컨테이너에 넣어둔 채 수출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원래 이번주에 선적하기로 했는데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한두달의 시간이 흘러버리면 업체들은 정부의 긴급자금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중에 납품을 하더라도 설치를 하려면 우리 직원들을 보내야 하는데 대부분 이를 꺼리고 있다”고 회사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비단 소부장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업체들의 자금난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에 있는 2,3차 협력사들도 연쇄적으로 자금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기만 경기벤처기업협회 회장은 “현재는 업체별로 피해 액수가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돼서 피해가 업계 전반으로 퍼진다면 피해 규모는 수천억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춘절 연휴가 끝나는 9일 이후에도 공장 조업 재개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날로 늘어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에 중국 정부가 더 강력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나리오 별 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조업 재개 여부를 알 수 있는 10일이 돼야 금융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추가 방안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3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체를 방문해 4개 기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기업애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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