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확산에 삼일제약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영업직 재택근무를 채택하면서 나머지 국내사들의 합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특별히 달라질 것 없는 근무 환경 속 외근 수당 소실 등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내부적으로 영업사원들의 재택근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삼일제약은 지난 5일 긴급 회을 통해 영업부서 직원들의 재택 근무를 결정하고 이를 공지한 상태다. 1주간 시행 뒤 향후 추이에 따라 추가 조취를 취할 방침이다.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선 화이자와 MSD, 암젠, 애브비, 사노피, BMS, 노바티스 등 대부분의 한국법인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당초 대면 영업이 중요시 되는 국내 영업직 문화 특성상 국내 제약업계 재택근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20명 이상의 국내 확진자 발생 및 지역 확대 등에 따라 상업시설은 물론, 일부 휴교조치가 내려지는 등 사태 심각성이 커진데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재택근무 기조 확산 속 국내사 첫 합류 소식에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사실상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각 지역 사무소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만큼 해당 지점으로 출근 뒤 영업활동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지역 사무소가 없다보니 자유로운 영업사원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대면 영업은 온라인 마케팅으로 대체하고, 불가피한 경우 해당 의료인의 동의를 얻어 팀장급에 보고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직원 권고사항을 지난 5일 공유한 상태다.
안국약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업직이 현장 출퇴근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근무 형태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지역별 사무소가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집 및 회의는 물론, 병원 방문 역시 자제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대웅제약은 공식적인 전면 시행은 아니지만, 각 본부별로 이상 증상이 있으면 상부 보고 및 본부장 재량을 통해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
앞서 개인 위생의 철저한 관리 및 병원 방문 자제 등의 주의사항을 내렸던 GC녹십자와 종근당 역시 사태 확산에 따른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고, 유한양행 역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분위기는 회사의 공식 조치를 달가워 하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재택근무 공지가 내려온다 해도 영업직 특성상 필요 시 결국 병원을 방문하거나 외부 미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근무 형태는 크게 다를 것 없이 회사 공식 조치 이전엔 존재했던 외근 수당만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가뜩이나 최근 사태 확산에 영업 파트 굵직한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던 각 종 학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택근무까지 해야 된다면 영업처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이미 거래를 튼 병원의 경우 며칠 간 방문하지 않는다고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활동이나 사태 장기화 시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17번째 확진자가 입원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 감염증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